“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문재인, 두 번째 죽을 고비에 강공 선택 왜?

입력 2015-12-13 18:1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두 번째 죽을고비'에서 말 그대로 생사의 기로에 섰지만 정면돌파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 2·8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질 때 ▲전당대회 ▲당 혁신 ▲내년 총선을 세 번의 죽을 고비로 언급한 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사태를 맞아 두 번째 고비에서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자칫하면 당 혁신과 총선 승리는 커녕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의 원인 제공자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침통하고 착잡한 분위기 속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이나 향후 당 운영방안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오후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의 어려움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당의 혁신을 흔들림없이 단호하게 추진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서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는 비판적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의에는 7명의 최고위원 중 최고위 불참을 선언한 비주류 이종걸 원내대표를 제외한 6명이 참석했다.

문 대표가 안 전 대표 탈당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최고위를 소집한 것은 탈당 사태로 인한 당내 동요를 막기 위해서는 지도부부터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안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연쇄 탈당 우려가 높고 비주류가 문 대표 사퇴 등 지도부 흔들기에 나설 공산이 큰 상황에서 흔들림없이 계획한 대로 총선 일정을 밟아나가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도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정면돌파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도 "어영부영 타협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며 "나눠먹고 봉합하려 했다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도 돌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앞날이 호락호락하진 않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라는 복병을 만난 문 대표로선 기왕의 '공천 혁신안' 실행작업을 차질없이 이어가면서도 후속 탈당을 최소화하고 당의 원심력을 차단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까지 하나 더 떠안게 됐다.

의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당의 통합적 운영이 필요하지만, 정작 '물갈이 공천'을 목표로 한 혁신안 가동은 의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갈등 요인이다.

더욱이 당내 갈등 격화에 따른 현역의원들의 이탈은 '제 3지대' 정치세력화를 공언한 안 전 대표의 신당 몸집 불리기로 직결될 수 있어 '통합'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묘수가 절실하다.

문 대표로선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의당과의 통합 전대를 통한 당대당 통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안철수 신당'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내년 총선의 야권 연대 및 통합 작업도 한층 복잡해졌다.

문 대표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새 정치'를 앞세워 혁신 경쟁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문 대표 역시 강한 혁신 드라이브를 통해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문 대표 측 인사는 "공천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뚜벅뚜벅 가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있겠느냐"며 "어려울수록 돌아가지 않고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14~15일 이틀 간 당무를 중단하고 정국 구상에 나서기로 해 '백척간두'의 문 대표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