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재편된 내년 총선 구도…이대로 갈까?

입력 2015-12-13 18:13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13일 탈당과 신당 추진을 선언함에 따라 당초 양당 구도가 될 예정이었던 4·13 총선이 명실상부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말해 교섭단체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외에, 교섭단체 요건(원내 20석)을 갖출 것이란 예상이 많은 '안철수 신당'과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이 뛰어드는 구도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옛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이 대결했던 17대 총선 이후 12년만에 다자 구도가 될 공산이 커졌다는 얘기다. 18대, 19대 총선은 2개의 여야 원내교섭단체가 맞붙었던 사실상의 양당구도 선거였다.

여기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 '국민회의'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신당까지 야당의 한축으로 가세하기 위해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총선을 정확하게 넉 달 앞둔 상황에서 일어난 이 같은 구도 변화는 총선 전망을 더욱 짙은 안갯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선거구를 포함한 선거 제도와 공천 룰 등이 아직도 확정되지 않아 출마 예정자들이 초조함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돌연 등장한 '안철수 신당'은 총선을 바라보는 도전자들을 더욱 혼란케 하는 또 하나의 대형 변수로 부상했다.

우선 단순하게 상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야권의 분열이 새누리당에 반사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다.

통상 총선의 승패가 격전지에서 갈리는 만큼 기존 여야의 텃밭을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권 등에서 야권의 표가 일제히 분산된다고 가정하면 여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전체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이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야권의 정치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야당 표가 갈려 나올 경우 이정현 최고위원과 같은 보수 정당 당선자가 또 탄생할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반면 신당의 파괴력이 여당에도 원심력으로 작용, '중도 성향 제3의 정당'의 출현이라는 정계 개편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새누리당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공동대표를 추종하는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많게는 30명까지도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여당 의원 가운데 일부라도 신당에 합류한다면 총선 구도는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만약 여당 현역 의원들이 자리를 지킨다 해도 공천을 받기가 어렵다고 본 원외 인사들이 예비후보 등록 전 대거 신당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원외 인사들 역시 지역구에서 자신의 조직이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으로선 약한 수준이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권 입장에서 가장 두려울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는 안철수 신당이 영향력을 갖는 수준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신당과 기존 새정치연합이 제휴해 '선거 연합'을 꾸리는 것이다.

이 두 야당이 격전지에서 경선 등을 통해 우세한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고 새누리당과 상대한다면 양쪽 모두 '윈윈'하는 시너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지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로 정치권이 재편될 수도 있다.

결국 '안철수 신당'이 총선 구도에 미칠 영향력은 신당이 선거 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공동대표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믿음대로 우선 야권 인사들로만이라도 30석 수준의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이후 여권 인사들을 받아들여 덩치를 키운다면 총선에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안 전 공동대표의 희망과는 달리 현 야권 주류의 집요한 만류와 방해로 그를 따를 인사들의 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신당 바람'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번 총선 결과는 약 2년 뒤 열리는 다음 대통령선거의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야권 주자인 안 전 공동대표의 신당 창당은 차기 대선까지도 길게 바라본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야 모두 아직 유력한 대권 주자를 특정할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 만약 안 전 공동대표의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단박에 여야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아직 다음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안 전 공동대표가 초반부터 빠르게 레이스 선두로 치고 나온다면, 과거 여러 사례처럼 여야 주자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조기에 좌초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