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운전자가 포트홀(도로의 움푹 팬 곳)을 피하려다 자동차와 부딪혀 사고가 났다면 해당 도로의 관리 기관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유남석)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택시기사 A씨는 2009년 10월 서울 동대문구 편도 3차로 중 3차선을 달리다 70대 노인 B씨가 타고 있던 자전거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B씨는 뇌출혈 등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4년 뒤 숨졌다. A씨는 자전거 추월 시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의 가족은 A씨 차량과 공제계약이 돼 있는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연합회 측은 치료비와 배상금으로 3억6500만원을 지급한 뒤 서울시를 상대로 지급액의 절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연합회는 “B씨가 사고 지점 맨홀 뚜껑 주위의 포트홀을 지나가다가, 또는 이를 피하려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의 과실과 더불어 서울시의 도로 관리상 과실이 결합돼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작성한 사고 보고서에 ‘사고에 도로환경적 유발 요인이 있다. 사고 지점 근처의 맨홀 뚜껑 오른쪽에 폭 20㎝가량 도로가 손상돼 있다'고 기재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연합회의 주장을 기각했다. ‘노면의 팬 정도가 자전거의 조종 안정성을 급격히 불안정하게 할 정도의 심각한 깊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도로교통공단 분석서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도로 파손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B씨가 사고 직후 경찰에 '맨홀 뚜껑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진술한 점과 경찰 보고서 등의 신빙성을 인정해 도로 관리상 하자가 운전자 과실과 결합해 사고가 났다고 봤다. 다만, 차도의 주된 기능은 자동차 통행에 있고 이 도로 노면의 팬 정도가 자동차 통행에 지장이 있는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서울시의 과실 비율은 25%로 제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포트홀 피하려다 교통사고…"지자체 배상 책임 25%"
입력 2015-12-13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