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美 금리인상 리스크 없어”, 국내 외환 방어 안전한 수준

입력 2015-12-13 11:01
오는 15일 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도미노’에서 한국은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데킬라효과’ 불가론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미국 금리인상의 파급효과와 대응전략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신흥 11개국을 대상으로 위기상황을 가정해 외환대응력과 부도위험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안전국’으로 분석됐다”며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는 ‘위험국’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데킬라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1994년에 단행된 미국 금리인상은 멕시코 금융위기를 불렀고 이는 아르헨티나, 태국, 필리핀을 거쳐 1997년 한국까지 번졌다. 데킬라 효과는 당시 멕시코 전통술 데킬라에 취한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환건전성이 좋아졌고 국가부도위험도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그린스펀 前연준의장이권고하는 위기상황 대응력 평가에서 11개국 중 3위 안전국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한국내 단기자금(3개월간 수입대금+1년미만 단기외채)이 27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는 외환보유고(3747억달러)에 3개월간 경상수지 흑자(289억)를 더한 외환대응력(4036억달러)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터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미국의 고금리를 찾아 떠나는 단기자금을 막을 수 없는 나라로 상의는 분류했다.
데킬라 효과가 한국으로 번지기 어렵다는 것은 국가부도위험으로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국가부도위험 가늠자인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프리미엄)는 12월 0.54%로 11개국중 가장 안정적”이라며 “반면, 아르헨티나(사실상 국가부도), 브라질(4.502%), 러시아(2.770%), 남아프리카공화국(2.738%), 터키(2.612%) 등은 가산금리가 높아 부도위험이 높은 나라”로 분류했다. CDS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가산금리를 말하는데, 이 금리가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2013년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가능성 발언을 했을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금을 빼내 해당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했다”면서도 “당시 한국은 원화가치와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데킬라 효과가 미치는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주요 위험국에 대한 수출부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상의는 조언했다. 보고서는 “이들 신흥국의 경우 중국경제 둔화, 원자재가격 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가장 좋지않은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제안하는 기업의 대응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무역보험, 환변동보험을 통해 환리스크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위험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거래하는 현지기업의 지급불이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어 관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역발상적 투자도 당부했다. 보고서는 “무조건 움츠릴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흥국에 대해서는 선제적 인프라투자 등을 통해 현지의 투자수요를 능동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