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전격적인 공연 취소로 해빙 무드가 시작되던 북중 관계에도 찬물이 뿌려졌다.
어렵게 해빙의 물꼬를 튼 북중 양국 간에 터진 돌발 악재는 앞으로 양국 관계에도 일정 부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2년여 동안 냉각기를 겪었던 양국 관계는 올해 하반기 들어 상당한 속도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10월 방북을 계기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튼 양국은 이번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총애를 받는 모란봉악단의 첫 중국 공연을 통해 우호관계를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복안이었다.
중국 측의 환대 속에 방중해 리허설까지 마친 모란봉악단의 공연이 12일 공연 몇 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됨으로써 결국은 시도 자체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고 만 것이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미 다 준비된 공연도 불발될 만큼 북중 관계에 무언가의 불협화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 신화통신은 공연취소의 원인으로 ‘공작(업무) 측면’에서 서로 간의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감안하면 공연 자체에 관한 불협화음이 공연을 무산시킨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중국을 직접 겨냥해 공연을 막바지에 취소시킨 것이라면 당분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관람이 성사되지 않아 불만을 품고 취소했다면 북한은 물론 중국 역시 앙금이 오래갈 수도 있다.
여기에다 양국 간 북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갈등 요인이 작용했다면 향후 북중 관계에 미칠 파장은 훨씬 더 커진다.
이와 관련, 공연을 앞두고 모란봉악단이 10일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보도된 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중국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0일 오후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대해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것”을 촉구하며 비판했다.
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발언 등 핵 문제가 공연 취소에 영향을 줬다면 이는 단순히 해프닝성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양국관계는 과거의 냉각기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변덕스러운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셈이 됐고 결국 신뢰하기 힘든 파트너란 생각을 강하게 만든 결과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취소 통보를 듣지 못한 중국인 관람객들은 입장권을 들고 국가대극원으로 와 북한을 성토하는데 열을 올렸다.
중국인들의 대북 이미지가 나빠지면 중국 지도부 역시 여론을 중시하는 탓에 앞으로의 대북 외교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사태가 초래된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파장의 깊이는 달라지겠지만 북중 간 우호관계 복원 모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탓에 김정은 제1비서가 조기에 방중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수소폭탄’ 발언 모란봉 공연 취소에 영향?…北中 해빙에 ‘찬물’
입력 2015-12-13 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