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이 12일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이 다양한 해석과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모란봉악단이 공연 시작 몇 시간 전에 갑자기 귀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만큼 공연 취소 이유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존엄 훼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모란봉악단은 지난 2012년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결성됐다.
지난 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언론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 단장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보인 점이 북한 측에서는 부담으로 느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게다가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김정은 제1위원장과 모란봉악단 단원들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댓글들을 북한이 존엄 훼손으로 간주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과 관련해 공연 연장 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반향이 컸는데 갑자기 취소한 것은 '최고 존엄'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과 공연 대상, 공연 관람자 등에 대해 북한과 중국의 사전 조율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 체제 선전이 주를 이루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내용에 대해 중국 측에서 부담감을 느껴 조율하려다 합의점을 찾지 못했거나 일반인이 공연을 관람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을 수 있고, 중국 지도부의 공연관람 문제로 양측간 이견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김정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중국이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 이번 공연 취소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 제1위원장이 최근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으로 될 수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길 희망한다"며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란봉악단의 돌연 귀국이 북중 관계, 나아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모란봉악단과 함께 친선공연차 중국을 방문한 공훈국가합창단의 귀국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만일 최고 존엄 훼손 때문에 모란봉악단만 귀국한 것이라면 북중 간 사전 양해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최근 개선되고 있는 북중 관계에는 악단의 조기 귀국이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만 조기 귀국이 최고 존엄 훼손에 따른 것이라면 현송월 등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가 현재 개성공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남북 당국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12월17일)를 앞두고 북한이 전국에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을 전면 취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오늘 전국에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노래와 춤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번 공연 취소가 당장 북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신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모란봉악단의 조기 귀국에 대해 우리 정보 당국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도통신은 중국 베이징발 기사에서 모란봉악단이 갑자기 항공편을 이용해 북한으로 출발했으며,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왜 돌연 북한으로 돌아갔나?…옛 애인 현송월 보도 부담?
입력 2015-12-13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