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를 정하기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15일)이 13일로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개특위 활동 종료와 함께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15일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만이라도 마련하자는 데 여야는 겉으로 일단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을 놓고선 팽팽한 줄다리기만 이어져 '벼랑끝 협상'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정개특위 차원에서 합의 도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여야는 전날 김무성·문재인 대표와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만나 담판을 시도했지만 약 2시간에 걸친 회동에서도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친 지도부 협상에서도 평행선만 달린 여야는 결국 정개특위 활동 종료 시한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둔 상황에서 어떻게 기준이 정해지든 한쪽이 이득을 보는 만큼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선거구별 인구편차 축소(3대 1 이내→2대 1 이내)로 5개 이상 시·군이 한 지역구로 묶이는 기형적 선거구가 생기는 것을 막고, 농어촌 지역 대표성을 보장하려면 현재 54석인 비례대표 의석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현행 제도인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 안과 농어촌 의석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구 7석을 늘린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안을 각각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 의원들의 선택을 받자고 제안한 상태다.
지역구 7석 확충(비례대표 7석 감축)은 정개특위 내에서 새정치민주연합도 '비례성 강화'를 전제로 찬성한 만큼 사실상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식을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새누리당 정개특위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집권 여당이라고 해서 몇 석 접어주고 선거를 치르라는 야당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지역구 7석 증가도 영·호남의 비중을 맞췄는데, 영남과 호남의 규모를 비교하면 여당이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축소가 불가피하더라도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인 비례성 강화와 사표 방지를 위해선 지역구 득표율에 비례대표 의석이 연동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당득표율의 50%에 해당하는 의석수를 보장하는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의 중재안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군소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최소한 절반은 실제 의석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른바 '이병석안(案)'을 적용하면 지난 19대 총선 기준으로 5석을 손해 본다는 새누리당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김태년 정개특위 간사는 "새누리당 2석, 새정치연합 2석씩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전날 브리핑에서 반박했다.
대통령제 하에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양보할 수 없다는 새누리당, 이를 두고 실제 득표율에 비해 과다 대표된 의석을 놓치지 않으려는 '놀부 심보'라고 비판하는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개특위는 이틀 뒤 또 '빈손'으로 종료될 공산이 커졌다.
애초 지난 8월 31일로 정해졌던 정개특위 활동 시한은 선거구 획정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하자 지난달 15일, 오는 15일로 두 차례 연장됐으며, 그러는 사이 선거구 획정 국회 처리시한(11월 13일)은 이날로 정확히 한 달을 넘기게 됐다.
여야는 정개특위 활동 시한 종료에 앞서 한두 차례 더 담판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활동 시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하는 것 외에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처럼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도 대다수 현역 의원에겐 결코 불리할 게 없다는 점이 지적된다. 오히려 15일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정치 신인이나 원외(院外) 인사들이 연말을 넘기면 후보 자격이 무효가 되는 만큼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
선거구 협상 상황에 정통한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역 입장에선 '선거를 아예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목전에 닥치기 전까지는 선거구 획정에 절실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사실상 현역의 '기득권 지키기'에 유리한 선거구 협상 지연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15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특단의 조치에는 정 의장의 중재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 의장은 지난 10일 대국민담화에서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려는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면서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정개특위 종료 D-2…여야 선거구 협상, 왜 느긋할까?
입력 2015-12-13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