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심야방문했지만 회동은 불발…11시 회견前 만남 분당기로

입력 2015-12-13 07:49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이날 새벽 안철수 전 대표를 자택으로 찾아갔으나 40여분간 문앞에서 기다린 끝에 회동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의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기자회견 전에 두 사람의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되느냐 여부가 안 전 대표의 거취와 분당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의 운명을 좌우할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0시58분께 박광온 비서실장, 윤건영 특보와 함께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안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대표가 만남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밖에서 대기했다.

문 대표가 도착했을 당시 안 전 대표는 자정 무렵 자신을 찾아온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으며, 이 자리에서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혁신전대 제안을 받지 않는 한 탈당 결심을 돌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의 이날 '깜짝 방문'은 안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던 의원들이 "일단 오시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으나, 안 전 대표는 예고없는 방문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가 도착하자 박병석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의원도 집밖으로 나왔고, 박 의원이 남아 안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다 문 밖으로 나오면서 만남은 불발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인사라도 하고 가자"고 다시 안 전 대표의 집 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나온 안 전 대표가 문밖으로 잠시 나와 문 전 대표와 악수와 함께 짧은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취지로 이야기했지만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의 회동은 거부한 채 "아침에 맑은 정신에 만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오전 1시45분께 발길을 돌렸다.

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짧은 만남을 가졌고 서로 인사를 나눴다"며 "밤이 늦었기 때문에 오늘 다시 연락을 할 것이다. 밤이 깊었고 새벽이니 맑은 정신으로 오늘 다시 연락하자고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두 분이 서로 사전에 대화를 하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서로 원칙적 입장이나, 충분히 서로 이해할 창구는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구기동 자택으로 돌아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같이 만나면 얼마든지 힘을 합쳐서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방안을 터놓고 의논하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 불발을 놓고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평창동 자택으로 방문했다 문전박대 당한 일과 오버랩된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 대표는 12월초 후보 단일화 협상 막판에 후보직을 사퇴한 안 전 대표의 지원을 얻기 위해 서울 용산구의 안 전 대표 자택을 찾았으나 안 전 대표가 집에 없어 만나지 못한 바 있다.

안 전 대표측 한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정성이 있으려면 문 대표가 구체적 안을 갖고 왔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쇼'밖에 안 된다.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그대로 간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