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 피의자 80대 할머니에게 무기징역…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유죄’ 인정

입력 2015-12-12 00:02
경북 상주 ‘농약 사이다’ 살인사건 피의자인 80대 할머니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봉기)는 11일 11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박모(82) 할머니에게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해자 구호 기회가 있었으나 방치해 죄가 무겁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지난 7일부터 닷새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옷, 전동차, 지팡이 등에서 발견된 메소밀은 범죄에 사용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피고인은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자는 것으로 알고 구조요청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같은 시기에 사이다를 마셔 비슷한 시점에 증상이 발현됐을 가능성이 커 피해자가 자는 것으로 봤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당한 시간 동안 나머지 피해자들을 구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범행 전후 미심쩍은 행동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한 검찰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지문 등 직접 증거가 없고 범행 동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법정 안이 술렁였다. 박 할머니는 경비원들에게 끌려 나가며 “내가 약을 안 넣었다”고 말했고 박 할머니의 가족들은 재판부를 향해 “말이 안 된다” “상식이 없다” 등 거친 말로 거세게 항의했다.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단에 각각 3시간씩 변론 시간을 정해주고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지만 재판은 양측의 치열한 공방 속에 밤늦게까지 이어져 오후 11시쯤에야 선고가 이뤄졌다.

선고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배심원들에게 그동안 주장해 온 증거를 상기시키며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퉜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대담하고 죄질이 나쁘다. 증거가 충분함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이번 사건으로 마을이 파탄 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처음에는 박 할머니가 범인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조사를 하면서 진실이 묻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바뀌었다”며 “이번 농약 사건은 다른 음독 사건과 달리 매우 많은 증거가 확보된 명확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고독성 농약 구입 경로, 드링크제 병의 피고인 지문 등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 막바지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박 할머니는 “순경(경찰)이 눈으로 보지도 않고 날 잡아넣어서 억울하다”며 “나이 많은 할머니가 친구들 죽으라고 (사이다에) 거기다 (농약을) 넣겠습니까?”라고 울먹였고 가끔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재판 첫날 뽑힌 9명(예비 배심원 2명 포함)의 배심원 중 예비 배심원(1·6번 배심원)을 제외한 7명은 양측 최후 변론을 모두 들은 뒤 오후 늦게 유무죄 판단을 위해 평의실로 이동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43분쯤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동네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 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가족들과 상의해서 항소할 것”이라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