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철수(撤收)는 없다” ‘강철수’의 탈당 결심 초강수

입력 2015-12-11 19:50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오는 13일 탈당을 결행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자신의 '최후 통첩'이 거부되면서 더 이상의 '핑퐁게임'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요한 고비마다 망설이며 생긴 '철수(撤收) 정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도 안 전 대표가 이미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는 등 극적인 반전을 통한 잔류 가능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측근인 송호창 의원을 비롯해 주변 인사에게 "탈당 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대표측 관계자도 사견을 전제로 "상황이 이미 그렇게(탈당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도 탈당 전망과 관련해 "현재 상태에서 당에 잔류하기에는 상황이 좀 선을 넘은 것 아닌가"라며 "한명숙 전 총리의 당적 정리나 측근 불출마는 애초에 당연한 건데, 그걸로 문 대표가 혁신 의지를 보였다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당내 계파들의 중재 시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당에 남을 만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문 대표측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이날 중진 의원들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당헌상 불가능하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안 전 대표측에서 더 이상 중재마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탈당 결행을 통해 달라진 '강철수(강한 안철수) 리더십'을 보이고 혁신의 의지를 재부각함으로써 '새정치 버전2.0'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당내 혁신을 끝까지 성공시키지 못한 채 야권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마지막 혁신 전당대회 제안마저 거듭 거부된 상황에서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 안 전 대표측의 기류이다.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최후통첩'을 하면서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인내하며 제 길을 걸어왔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느냐. 국민의 삶이 바뀌었느냐. 정치가 바뀌었느냐. 야당이 바뀌었느냐"고 되물은 것도 탈당의 불가피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안 전 대표가 이제 와서 '혁신 기치'를 내리고 당에 잔류하는 '철수 정치'를 택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만은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측근들 사이에서는 컸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휴일 기자회견까지 남은 시간동안 탈당 결심을 되돌리려면 문 대표가 입장을 바꿔 혁신 전대 제안을 수용하거나 전격 사퇴함으로써 혁신 전대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정도의 선택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혁신 전대를 '분열 전대'로 인식해온 문 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극히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밤이나 12일 중 극적으로 안 전 대표와 문 대표의 담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 측 내에서도 당내 중재 흐름과 야권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해 문 대표를 다시 만나 최종적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양측의 담판이 사실상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서로의 불신만 키워온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그마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감행하면 당장 당 바깥의 무소속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의 신당 흐름에 합류하기보다는 '제3지대'에 머물며 혁신을 기치로 내건 정치세력화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