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영 시인의 유작 ‘김일성 만세’를 옮겨 적은 대자보가 화제가 된 뒤 패러디물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11일 고려대 학내 게시판에는 ‘전두환 만세’라는 제목의 시가 적힌 대자보가 내걸렸다. 내용은 원작과 같다. 반어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 보장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전두환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패러디도 나왔다. 제목은 ‘독재자의 딸’이다. 내용은 원작에서 살짝 변주를 줬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한국 표현의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경찰과 검찰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이들 대자보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갖가지 반응이 나왔다. 대체로 “역시 풍자의 민족이다”라며 유쾌하게 웃어넘기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너무 나간 비유다” “너무 장난스러운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김수영 시인이 1960년 발표한 ‘김일성 만세’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실상 자유를 억압하는 당대 세태를 비판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김일성 만세? 전두환 만세! 독재자의 딸!… 시 패러디 봇물
입력 2015-12-1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