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달려가겠다” 조영래 변호사 추모식서 만난 文·朴…30여년 인연 회고

입력 2015-12-11 17:42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가 무산된 가운데 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모처럼 같은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고(故) 조영래 변호사 25주기 추도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조 변호사는 1986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인 '정법회' 창립을 주도한 대표적 인권변호사다. 문 대표, 박 시장과는 사법연수원(12기) 동기다.

귀빈실에서 미리 인사를 나눈 문 대표와 박 시장은 행사장에 들어와서는 따로 악수하지 않았지만 옆자리에 앉아 고개를 기울이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 시장의 옆에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앉았다.

문 대표는 인사말에서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조 변호사, 박 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엄혹한 시대가 만들어준 우연으로 조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가 됐고, 제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박 시장님도 사법연수원 동기셨는데, 조 형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사람 중 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박한 삶도 귀하게 대접받는 사람 사는 세상, 국민 모두 인간답게 살아가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쉼없이 달려나가겠다"며 "우리의 조변(조 변호사), 영래 형,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박 시장 역시 "우리는 다시 퇴행의 시대를 맞았다. 선배님,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어떻게 이 불행한 시대를 끝내고 민주와 정의, 희망의 시대로 건너갈 수 있을까요"라고 호소했다.

이어 "형, 그때처럼 형이 다 알아서 하고 저희는 그저 뒤에서 형이 시키는 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조 변호사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천 의원은 조 변호사와 1980년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한 인연을 떠올리며 "조 변호사는 1988년 노무현 당시 초선 의원이 참여한 청문회를 보며 '우리나라에도 대통령이 됐으면 좋을 것 같은 정치인이 있다'고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는 분당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의 긴장 분위기도 고스란히 감지됐다.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가 인사말에서 "현재 상황이 엄중한데도 진보 진영은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쓴소리를 하자, 문 대표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문 대표는 이어 기자들과 따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고 조용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박 시장 역시 '야권 통합 전당대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잘 모르는 이야기죠"라고 짧게 답했다. '새정치연합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느냐'는 물음에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아무 말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편, 새정치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참석 여부도 관심이 쏠렸으나 그는 가수 서유석의 노래 '강'을 부르는 장면을 담은 영상축사만 보내왔다.

손 전 고문은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법대 조영래 변호사, 상대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3인방'으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인연이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