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는 인쇄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ABC방송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지난주에 이런 내용이 담긴 17쪽짜리 정보 보고서를 유관 사법당국에 배포했다.
HSI는 보고서에서 IS가 지난 여름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데이르에조르를 점령한 이후부터 여권 인쇄기를 활용해 시리아 위조 여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했다. 데이르에조르와 IS의 실질적 수도인 라카에는 여권 사무소가 있다.
보고서는 “라카와 데이르에조르가 IS에 넘어간 지 17개월 이상이 흘렀기 때문에 이들 도시에서 발급한 여권을 가진 시리아 개인이 미국으로 여행을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의 등급을 두 번째로 높은 ‘신뢰도 보통’으로 분류했다.
이 소식통은 “시리아에 가짜 문서가 넘쳐난다”면서 “시리아 위조 여권은 너무 흔해 이를 소지해도 불법으로 보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시리아에서는 200∼400달러(23만~47만원)면 시리아 위조 여권을 손에 쥘 수 있다”며 “여권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직인 비용도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네덜란드의 한 잡지사 기자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사진이 담긴 시리아 위조여권을 수천달러를 주고 구입하는 과정을 보도하기도 했다.
14명이 숨진 미국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노 총격 테러 이후 미국 내에서도 테러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지난 9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위조 여권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코미 국장은 “정보기관들은 IS가 위조여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 정보 관리 출신으로 ABC방송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존 코헨은 “IS가 합법적인 여권을 확보했거나 합법적인 여권을 만들 수 있는 기계를 보유했다면 이는 미국에 주요한 안보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아 위조 여권은 이미 유럽 곳곳에서 적발된 바 있다. 파리테러범 가운데 2명이 시리아 위조 여권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이들은 시리아 난민들 틈에 끼어 유럽으로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IS, 위조 여권 만들 수 있는 인쇄기 보유한 듯”
입력 2015-12-11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