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살인' 김일곤 법정서 넋두리 "2년간 '새 인생' 살았는데…"

입력 2015-12-11 14:46 수정 2015-12-11 14:53

‘트렁크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일곤(48)이 법정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궤변을 늘어놓았다.

11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하현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이 시작하자마자 김씨는 “법을 못 믿겠다”며 재판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선 두 공판에서도 김씨는 변호인 없이 재판받겠다고 떼쓰거나 기자들을 방청석에서 내보내야 재판에 응하겠다고 하는 등 기행을 보였다.

하 부장판사가 한숨을 쉬며 “하고 싶은 말을 해 봐라. 말을 하다 보면 응어리진 것이 풀어질 수도 있다”고 권유하자 김씨는 무려 1시간 30분간 넋두리를 했다.

전과 22범인 김씨는 2013년 3월 출소한 뒤 ‘새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고 영등포에서 식자재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2월 어느 날엔 성실하게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자신이 대견해 기쁨의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그는 그날 평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노트도 가게 뒤에서 태워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5월 2일 A씨와의 쌍방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과거의 김일곤’이 되살아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영등포동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를 몰던 A씨와 차선 문제로 다퉜고 김씨가 먼저 멱살을 잡아 A씨가 방어 차원에서 김씨를 밀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김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A씨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씨는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것이 억울한 나머지 A씨를 살해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모(35·여)씨를 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과거 원한이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종이에 다시 적고 A씨와 영등포경찰서의 폭행 사건 담당 경관 이름을 더해 ‘살생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법정에서 “나 하나 희생해 다른 (법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내 억울함이 아닌 고인을 위해 폭행 사건 담당 경찰관을 내사해달라”고 외쳤다.

김씨는 지난 10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강도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