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내년 4·13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잠복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공천룰을 놓고 양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정면 충돌할 경우 야권의 분열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자멸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공천룰 관련 특별기구 위원장에 위촉된 황진하 사무총장은 11일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구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황 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천은 총선 승리의 출발점이자 마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현행 당헌·당규를 기반으로 현역과 신인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깨끗하게 승복할 공천룰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룰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결선투표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없는 지역구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정치 신인이나 원외(院外) 인사에, 오차범위 수준의 접전 지역구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면 현역 의원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따라서 황 총장의 발언은 결선투표제 시행 기준을 '현역과 신인 모두에게 공정한' 형태로 절충, 공천 결과가 뒷말을 낳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경선 여론조사의 일반국민-책임당원 비율을 현행 당헌·당규상 '50%-50%'를 토대로 일부 조정하는 한편, '전략공천'이 없는 대신 '우선추천'을 규정한 당헌·당규대로 후보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구의 공천이나 여성·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를 공천룰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황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기구가 다음 주 중 위원 인선을 마치고 발족할 예정인 만큼 공천룰 관련 논의는 일단 특별기구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계파 갈등이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특별기구 인선은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10명 이내에서 사무총장단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실세로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저녁에 만나 이처럼 공천룰을 놓고 계파가 싸우는 모습을 자제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만찬에 동석했던 한 의원은 "당내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국민이 볼 때 공정하고 민주적이고 객관적인 공천만 하면 야당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와 최 부총리의 공통된 견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천룰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략공천에 대해 김 대표가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가운데 결선투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비박계와 결선투표 및 전략공천이 일정부분 불가피하다는 친박계의 입장 차이는 여전한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황 총장은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를 '건수'가 있을 때마다 다 할 것인지 (정해지 않았다)"며 "(1·2위 득표율의) 편차가 현저히 날 때는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니까 특위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구 논의 역시 이 같은 계파의 뚜렷한 대립 구도가 옮겨진 '대리전' 형태로 흐를 경우 공천룰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는 언제든지 충돌 국면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현재 246개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을 20%로 하겠다는 것은 손에 약 50명의 카드를 쥔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카드도 없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선거를 하면 백전백패"라고 지적,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우회 주장했다.
그러나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누구는 일찌감치 본선 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경쟁이나 경선을 피해 온전하게 본선에 진출시키는 그런 모습은 되레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전략공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야권 분열 활용 못하고 자멸 위기 공감” 與공천룰 갈등 일단 잠복기
입력 2015-12-11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