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 연출한 경찰관들, 바다에서도 '환상의 짝지'

입력 2015-12-11 13:00
부산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에 11일 오전 사진 몇 장이 올라왔습니다. 전날 광안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남성을 구조한 대연지구대 경찰관들의 스토리가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10일 밤 부산 광안대교 주변에서는 추위를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갑자기 “광안대교를 걸어가는 남자가 불안해 보인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광안대교를 관할로 두고 있는 대연지구대 경찰관 3명이 즉시 출동했지만 광안대교 위에선 남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서둘러 광안대교 아래로 내려가 테트라포트 주변을 수색하던 3명의 경찰관은 금세라도 파도에 휩쓸려 버릴 듯한 상황에서 바위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남자를 발견합니다.

김종진 경위가 얼른 우의를 벗어 돌돌 말아 바위를 붙잡고 있는 남자에게 건넸습니다. 우의를 막대기 삼아 남자가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남자에게 몸을 뻗어 위태로운 김 경위의 몸을 뒤에 있던 김 순경이 꼭 붙잡았고, 김 순경의 몸은 맨 뒤에서 곽민정 순경이 붙잡아 인간 띠를 만들어 버팁니다.

그러기를 몇 분. 이윽고 해경이 도착하고 구조대가 그 남자를 무사히 구조합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생사의 기로에 섰던 그 남자는 그렇게 다시 살아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이 남자를 무사히 구조한 대연지구대 경찰관들은 지난달 광안대교에서 역주행을 감행,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자살소동을 벌이던 20대 남성을 구했던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은 이들을 가리켜 ‘환상의 짝지’(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사람을 이르는 말)라고 칭했습니다. “이들이 있는 한 광안대교는 오늘도 이상 무(無)”라는 부산경찰청의 글이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