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수묵화 같다. 그런데 그게 사진이다. 한없이 고요한 무욕(無欲)의 바다 풍경이다. 국내 굴지의 CEO로 활동하면서 올해로 38년째 사진을 찍어온 시우(時雨) 김영재(67) 작가의 작품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그는 최근 7번 국도변에서 만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시작해 울산, 포항, 영덕, 삼척, 강릉을 지나 고성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을 따라 남북방향으로 난 길이다. 바다에 가면 마음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단다. 모든 욕심이 사라지고 모든 게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렌즈에 담아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의 개인전이 12월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위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바다 사진은 고요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동양화 같기도 하고 절제된 이미지를 드러내는 모던한 서양화 같기도 하다.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하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온유한 심성을 갖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그는 “마음이 불안하고 정서가 메말라 고독이 스며든다면 바다로 가서 이틀 정도만 쳐다보면 모든 근심걱정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 바다는 그런 곳이다. 흔들리는 현대 도시인에게 평온을 선사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중견기업 세한루체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음악이 좋아 이를 본업으로 삼기도 했던 그는 기업체를 운영하면서도 예술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연극, 무용, 영화 등 예술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는 문화예술애호가다.
한 작품을 건지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날씨, 계절, 시간 등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내놓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로 보정작업을 하지 않는 관계로 1년에 잘 해야 네댓 작품을 만든다. 그래서 “사업보다 사진이 더 어렵다”고 한다.
바다를 찍기 위해서는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멋진 광경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밧줄에 몸을 묶는 경우도 있다.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지기도 한다. 목숨 걸고 하는 작업이다. 남이 하지 않는 걸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고역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아름다운 바다가 상업화로 인해 시멘트로 덮이고 변해버린 풍광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많이 닿지 않은 바다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라져가는 것의 기록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다. 25년간 장터 사진을 찍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2월에는 베트남의 바다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담고 싶어서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그는 그곳에서 전쟁이 남긴 흔적도 촬영할 작정이다. 이를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2~3m짜리 대작부터 소품까지 14점이 선보인다. 처음으로 시도한 컬러 사진 3점이 돋보인다. 출품작 가운데 3점을 자선경매에 내놓아 수익금 일부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작품도 소장하고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기회다(02-6084-005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한폭의 수묵화 같은 바다풍경 CEO출신 김영재 사진작가 개인전 위아트갤러리 12월20일까지 자선경매도
입력 2015-12-10 2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