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붓질한 얼음 속 희망의 생명력 ‘아이스 캡슐’ 박성민 작가 노화랑 개인전 12월19일까지

입력 2015-12-10 21:54
Icecapsule,100x100cm,Oil on Canvas_2015
Icecapsule,58x35cm,Oil on Aluminum,2015
Icecapsule,78x52cm,Oil on Aluminum,2015
Icecapsule,55x37cm,Oil on Aluminum,2015
Icecapsule,100x100cm,Oil on Canvas,2015
얼음 속에서 피어난 생명력이 강하다. ‘얼음 작가’ 박성민(47)의 그림에서는 차가운 겨울의 강렬한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인고의 세월을 지나고 나면 희망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박성민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도자기에 담긴 얼음을 뚫고 솟아오르는 식물을 보면 풋풋하면서도 새로운 생명에 대한 꿈틀거림을 발견하게 된다.

‘Ice Capsule(아이스 캡슐)’ 시리즈를 발표해온 작가의 개인전이 12월 9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길 노화랑에서 열린다. 그는 줄곧 ‘얼음’과 ‘식물’ 그리고 ‘도자기’ 세 가지 소재로 구성된 작품을 제작·발표하고 있다.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과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이 9번째 개인전이고 수많은 국내외 기획전에 초대됐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사각형 얼음 속에 갇힌 식물을 이층으로 쌓아올린 모습도 있고 고전적인 스타일의 자동차 위에 얼음이 올라간 모습 등 변화를 모색했다. 얼음이 더욱 커지고 식물이 강조된 느낌이다. 도자기가 겹쳐 운동감을 드러내는 등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얼음과 식물, 딸기 같은 과일을 도자기 그릇에 담은 정물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물화가 있는 그대로 그리는 묘사 중심의 장르라고 정의한다면 그의 작품은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것이니 정물화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얼음 속에서 식물이 생생하게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한 그림이 아니다. 작가는 말한다. “내 그림은 극사실주의 작품이 아니라 상상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그림은 작가 자신의 상상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힘들어지는 디지털 세상에서 작가의 아나로그적 감수성이 배인 ‘아이스 캡슐’은 현대 도시인으로 하여금 즐겁고 유쾌한 상상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마음속을 싱그러운 식물이 가진 향기로 채울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시 도록에 글을 쓴 박희수씨는 “사물을 은유하거나 치환시켜 해석하고 구성하는 창작과정을 즐겼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더욱 정교하고 치밀해졌다. 사진을 보고 그리거나 실물을 놓고 그리는 게 아니다. 오로지 붓과 물감으로 완성된 그림은 초자연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붓질의 흔적을 찾아볼 수도 없고 매끈하게 빛나는 작품은 가짜와 진짜의 경계에서 관람객을 유혹한다. 그러면서도 추운 겨울에 역설적이게도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그림들이다.

작가는 “얼음처럼 냉혹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림으로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음 속에 갇힌 생명을 붓끝으로 되살려 여러 가지 일로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인내와 불굴의 의지를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그림들이 힘내라고 손을 슬며시 내밀며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는 것 같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