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시작하자마자 개점휴업” 모레 선거구 협상 담판 잘될까?

입력 2015-12-10 19:44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핵심 쟁점법안 등이 처리되지 못한 채 정기국회가 종료돼 10일부터 곧바로 임시국회가 소집됐지만, 여야 간 의사일정조차 합의되지 않아 국회는 첫날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헛돌고 있는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기국회에서 무쟁점 법안들만 겨우 처리하고 쟁점법안들은 줄줄이 숙제로 떠넘긴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다만 여야는 선거구 획정의 시급성을 감안해 오는 12일 양당 대표·원내대표가 회동하기로 해 교착상태에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여야는 그러나 노동개혁 입법과 경제활성화법 등 쟁점법안 처리 문제에 있어서는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해를 넘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임시국회 첫날인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처리키로 한 쟁점법안들이 하나도 통과되지 못한 점과 관련, 야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일제히 쏟아냈다.

김무성 대표는 "(법안은) 인질도, 협상과 흥정의 대상도, 전리품도 아니다"라면서 "법안 처리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과 국가의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돼야 하는데 현재 야당은 법안의 알맹이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관심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19대는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이는 국민을 배신한 국민 대사기극"이라 표현했고, 이인제 최고위원은 "야당은 위헌인 국회 선진화법 뒤에 숨어 국회를 마비시킬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서 여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 역시 "어제 야당은 철석같이 한 합의처리 약속을 철석같이 내팽겨졌고 합의 과정에서 한 야당의 모든 말과 행동은 보여주기식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국회를 비판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국회 파행을 불렀다고 반박, '대통령 관심법안'을 합의 없이 그대로 통과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쓰는 자만 생존하는 적자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회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청와대를 겨냥, "자신들의 뜻대로 되면 '민생국회'이고 안 되면 '무능국회'라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과 국민을 겁박하기 전에 포기할 건 깨끗이 포기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노동법 통과는 없다.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 통과도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빈손'으로 문을 닫은 정기국회를 만회하고자 소집된 임시국회에서도 남은 쟁점법안들이 처리될 공산이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현재 여야가 정기국회 안에 합의한 후 처리하기로 했다가 못한 법안은 총 6개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이다.



새정치연합은 여당의 일방적 임시국회 소집을 문제삼으며 당초 지난 11월초 합의처리키로 약속했다가 무산된 국회법 개정안과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이행을 임시국회 정상화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 차원에서도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 명시를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시국회를 연다고 해도 이미 합의해서 법사위원회까지 간 법안들을 무시하는 건 합의정신에 어긋난다"면서 "그것부터 처리되는 조건이 이뤄지는 게 임시국회에 임하는 정신"이라 말했다.

임시국회 첫날부터 여야가 대립한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시국회에서라도 생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들도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충분히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음에도 각 당의 '이념의 덫'과 '불신의 벽'에 가로막히고 말았다"며 여야가 합의한 후 처리를 약속한 6개 법안이 통과되도록 "남은 숙제들을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