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최악 국회 오명 자진 반성문”…특단조치로 만회 나선다

입력 2015-12-10 17:25

정의화 국회의장이 10일 역대 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제19대 국회가 생산성 측면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일종의 자성 목소리를 담은 반성문을 공개적으로 국민에게 발표하고, 이날 시작하는 12월 임시국회에서만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활성화법과 발등의 불로 떨어진 선거구 획정안을 반드시 처리하자는 여야에 호소한 것이다.

더욱이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할 때 이번 임시국회는 제19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오명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공산이 크다.

지난 2012년 5월30일 출범한 19대 국회는 원구성 이견으로 시간을 허비한 데 이어 곧바로 대선국면에 들어가면서 첫 해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다.

또 두 번째 해에는 박근혜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문제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세 번째 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마지막 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으로 여야가 대립, 파행을 거듭했다.

특히 법안 날치기와 의원들간 몸싸움이 난무하는 '동물국회', '폭력국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도입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국회가 완전 멈춰서는 '식물국회'가 반복됐다.

이에 정 의장은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는 한편,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촉구해왔다. 정 의장은 친정인 새누리당으로부터 쟁점 법안이 야당의 벽에 막힐 때마다 '직권 상정'을 시켜 달라는 압박에 처했지만 현행 국회법은 직권 상정의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국회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정 의장이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제 방에 참을 인(忍) 자를 붙여 놓고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경청하려 했다"고 한 것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자신의 고뇌를 표출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 의장은 여야간 대립으로 당장 선진화법 개정이 어렵다고 보고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무쟁점 법안 신속처리 제도'를 포함한 국회개혁안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여야의 이견 속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정 의장은 또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함에도 양당 지도부가 사실상 쟁점 법안의 통과 여부에 대한 목줄을 틀어줘,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은 거수기로 전락한 현실에 대해서도 개탄했다.

앞서 정 의장은 이 같은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는 원인이 결국 각 진영의 유력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가 좌지우지하는 공천권에 있다고 판단하고 권력분점, 중대선거구 도입과 같은 헌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서 이와 전혀 상관없는 법안들을 마치 거래하듯이 주고받으면서 안팎의 비난을 자초한 것도 국회선진화법이 낳은 폐해의 한 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19대 국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 의장은 이날 담화에서 여야 양측에 "이념적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반(反) 시장적", 거꾸로 야당은 여당에 "친(親) 재벌적"이라는 프레임을 무작정 덧씌우는 구태는 벗어나자고 촉구한 것이다.

특히 정 의장은 발등의 불인 선거구획정 문제가 좀처럼 진전이 없자 오는 15일까지 선거구획정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여야에 경고하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