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뒤에서 연설하고, SNS로 공약 홍보하고... 역대 최초 여성 참여 선거 실시 사우디 풍경

입력 2015-12-10 16:20 수정 2015-12-10 23:35
12일(현지시간) 실시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시의원 선거에 나선 카레마 보카리 후보 (출처: WP)

“딸아이들을 위해서 나섰어요. 누군가는 앞장서야죠.”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여교사 카레마 보카리(50)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시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사우디 역사상 여성 참정권이 처음 보장되는 이번 선거에서, 보카리는 선거운동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리자를 따로 고용했다. 여성을 위해 공공 육아시설과 체육관을 짓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알리기 위해서다.

사우디에서 1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지방의원 선거에는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참여한다. 여성 유권자가 표를 행사하는 것 역시 최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를 사흘 앞둔 9일 현지 분위기를 전하며 사우디가 작지만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 3100석의 자리를 놓고 7000여명이 도전한 이번 선거에서 여성은 900여명에 불과하다. 135만명 규모의 남성 유권자에 비해 여성 유권자는 13만637명에 그친다. 여성 후보가 직접 남성 유권자 앞에 나서지 못하는 등 제약도 많다. 이 때문에 그저 서방에 생색을 내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도 인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 후보들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남성 유권자 앞에 직접 나서는 대신 칸막이 뒤에서 연설을 하거나, 여성들만 모이는 정책 토론회를 열고 있다. 때로는 친척 남성들이 대신 선거운동을 하기도 한다. 보카리처럼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SNS를 활용하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리야드 제 4구역에 출마한 대학 여교수 하이파 알하바비(37)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산유국이라 금방 발전한 것처럼 보일 뿐, 사우디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나라”라면서 “당선되지 않더라도 분명 의미가 있다. 굳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