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스타워즈 배우, 정말 엑소 때문에 화가 났을까

입력 2015-12-10 15:52 수정 2015-12-10 17:05
사진=존 보예가 인스타그램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타워즈 팬들은 요즘 행복합니다. 1977년부터 시작된 시리즈의 7번째 이야기가 10년 만에 베일을 벗습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개봉을 앞두고 잔뜩 들뜬 분위기입니다.

팬들을 더 들뜨게 한 사건이 있었죠.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내한했습니다. 8일 입국한 J.J. 에이브럼스 감독과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애덤 드라이버는 이튿날 기자회견과 팬미팅에 참석했어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열혈 팬들은 9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진행된 팬 이벤트 행사에 모였습니다. 스크린을 통해서만 익숙했던 감독과 배우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자리였죠. 10년 기다림 끝에 성사된 만남이었기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행사엔 깜짝 손님이 있었습니다. “두 유 노우 엑소(Do you know EXO)?” 진행자의 다소 진부한 질문과 함께 그룹 엑소의 수호, 찬열, 세훈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장내가 살짝 어수선해지긴 했지만, 엑소는 10분 남짓 짧게 대화 나누고 퇴장했습니다.

스타워즈 팬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출연진과의 소통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을 테니까요. 행사 이후 “스타워즈 팬미팅에 왜 아이돌을 불렀나”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연배우 존 보예가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엑소 멤버가 되는 오디션에 참여할까 생각 중이다. 팀에 합류한다면 난 한국에 머무를 수 있으니까(Lord. Thinking to audition for EXO so I can join them and have an excuse to stay in Seoul).”

“아니다. 엑소에 끼면 안 되겠다. 그들이 열성 팬들의 함성을 들을 때 내가 방해되지 않도록(Actually I'll leave EXO alone they don't need me stumbling around while they glide on the screams of their hardcore fans).”

엑소에게 쏟아진 함성에 불편한 감정을 표한 것이란 해석이 인터넷에 퍼졌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이 번졌죠. 엑소 팬들은 속상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불러서 참석한 건데 왜 엑소 탓을 하느냐”며 억울해했죠.

더군다나 엑소가 행사에 참석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 홍보대사를 맡았거든요. 특히 수호와 백현은 스타워즈 마니아랍니다. 피규어와 광선검까지 소장하고 있을 정도죠. 행사에서도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며 분위기를 띠웠습니다.

문득 의아합니다. 존 보예가는 정말 엑소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걸까요?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때 하얀 이가 보이도록 환하게 웃던 그인데 말이죠.

홍보사 관계자를 통해 배급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측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사 이후 디즈니 담당자들은 감독·배우들과 뒤풀이 자리를 갖고 오늘 오전 출국까지 동행했다”며 “존은 기분 나쁜 기색이 전혀 없었고 첫 내한에 크게 만족해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배우가 만약 이런 글을 썼을 정도로 기분이 상했다면 스태프를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표현을 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며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여러 정황 상 나쁜 의도로 쓴 글이 아닌 것 같다는 거죠.

존 보예가 멘션을 다시 볼까요? 좀 다르게 읽힙니다. ‘한국에서 엑소라는 그룹을 만났는데 참 인기가 많더라. 부럽네’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닐지요.

이 트윗을 남기고 2시간 뒤 그는 인스타그램에 행사에서 팬들과 찍은 단체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셀카봉을 들고 있는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에요. 여기엔 이렇게 적었더군요. “우리 가족. 서울 팬들이 우리 뒤에 있다!(The fam with Seoul fans at our backs!)” 모두들 즐거워 보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