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안 하면 사랑 없어진다?” 박근혜 대통령 로맨스 화법 화제

입력 2015-12-10 15:03 수정 2015-12-10 17:39
사진=MBC 뉴스 캡처

박근혜 대통령 ‘사랑’ 발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지난 10년간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초혼 연령의 상승에 따른 만혼화 현상 때문”이라며 “만혼화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해 소득이 없고 고용이 불안해 결혼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지고 삶에 쫓겨 가는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의 재도약과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이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돕고 조금씩 양보해 아름다운 세대를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해당 기사를 공유한 게시물이 쏟아졌고 트위터에는 실시간 검색어로 “젊은이들”라는 단어가 걸리기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개혁에 대다수의 청년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는 35세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할 경우 현행 2년에서 최대 2년을 더해 총 4년까지 근로계약을 연장하고 주조와 금형, 소성가공 같은 뿌리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런 노동개혁은 고품질의 일자리 늘리기보다 비정규직 양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이유로 청년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대통령이 노동개혁 의지를 피력하면서 쓴 ‘젊은이들의 가슴에 사랑이 없어진다’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와 트위터에는 “출산과 사랑 일자리, 노동개혁을 엮다니 대단하다” “로맨티스트가 따로 없다” “우주·기운·혼 드립에 이어 이번엔 러브 드립까지 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과거 박 대통령의 특유의 화법을 언급한 네티즌도 많았다. 지난 6월 메르스가 창궐 할 때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발언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10월과 11월에는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운’이나 ‘혼’ 등의 표현을 써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로맨스 화법’이라는 신조어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열린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2005년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 처음 주재한 회의로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안을 심의했다. 위원회에는 위원회 위원이 아닌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례적으로 참석했으며 그 밖에도 140여명이 참석해 출산율 반전을 위한 대책, 고령사회 성공적 안착, 사회문화 인식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