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단 논란 갑상선암 수술 1년새 30%나 줄었다"

입력 2015-12-10 15:47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

세계 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학술지로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이 고려대 의대 안형식 교수의 갑상선암 관련 논문을 재조명해 화제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10일, 근거중심의학연구소 안형식 교수가 NEJM에 제1저자로 ‘한국에서 갑상선 수술 횟수가 2014년 2분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1년간 35%나 감소했다는 내용의 임상연구논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20년 동안 15배나 증가한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이 과잉진단 및 수술의 결과물이라는 논란을 거치며 최근 1년 새 30% 이상 감소한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다룬 것이다.

NEJM은 의과학계에서는 피인용지수(IF)가 54.4로 과학잡지 셀(33.1)이나 사이언스(31.4), 네이처(42.4)보다 높은 의과학계 최고 권위지로 지금까지 이 잡지에 논문을 발표한 한국인도 10명 이내에 그친다. 게다가 같은 저자의 논문이 두 번 이상 발표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논문에 따르면 2014년 3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가 갑상선암 과잉진단 문제 제기와 갑상선 초음파 검진 중단을 표명한 이후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우리나라 갑상선 수술은 4만3000여 건에서 2만8000여 건으로 3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갑상선 암이 급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한국에서 1년 사이 암 발생률이 30%이상 급감한 것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안 교수는 이렇게 수술이 급감한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갑상선암 진단자체가 줄어들었는지, 혹은 진단된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술뿐만 아니라 갑상선 암의 발생건수도 역시 30%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의사들의 태도가 변한 것보다는 환자들 스스로 조기 검진을 자제, 갑상선암 진단 건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놨다. 갑상선암으로 한번 진단된 환자는 대부분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또한 이러한 수술 감소 경향이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하여도 사망률의 변화는 없었고, 대부분 갑상선암은 예후가 양호한 유두암이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아직도 한국의 갑상선암 수술률은 타국에 비해 높은 상태라며, 조기검진 여파가 계속되는 만큼 한국의 갑상선암의 과잉진단 문제는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