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마지막 비상구...비상대책위원회” 문재인-안철수 구상은?

입력 2015-12-10 13:27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내홍이 10일 분열과 봉합의 중대 갈림길에 섰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감마저 감도는 와중에 가급적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던 수도권 의원들이 막판 중재에 들어간 상태다.

수도권 의원들은 전날부터 문·안(문재인·안철수) 공동책임 하의 비상지도체제를 출범하고 최고위 권한을 여기에 위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마련해 서명을 받았다.

이 중재안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안 전 대표는 탈당하지 않는 대신 '문·안'이 실질적 비대위 구성권을 행사하고 직접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참여할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비해 안 전 대표가 지도부 구성권을 좀더 강력하게 행사하고, 문 대표가 사퇴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것이 수도권 의원들의 설명이다.

또 문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일단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긴 하지만 지도부 구성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이 지키고자 한 '문재인표 혁신안'을 관철시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서명에는 수도권 의원 64명 중 4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당직자와 전직 대표급은 서명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친노(친노무현)나 비주류 활동을 하는 의원들도 뺐기 때문에 수도권 의원이 대부분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인 김상희 윤관석 박홍근 의원은 이날 오전 문 대표를 만나 중재안을 설명하면서 문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호소했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 함께 가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안 전 대표에게도 중재안을 전달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해둔 상태다.

수도권 의원들의 중재안 수용 여부에 대한 양측의 반응은 당장 나오지 않지만 온도차도 느껴진다.

문 대표 측은 분열이 아닌 단합의 형식으로 공론을 모아온다면 무엇이든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안 전 대표의 동의, 최고위원들의 사퇴 수용, 당내 공론화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방안 아니냐는 생각이 강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동의할지 지켜봐야 하고, 설령 동의하더라도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야 하는데 이 역시 논의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중재안이 당내 다수의 동의를 받을지도 살펴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의 생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선결하고 얘기가 오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모든 것은 안 전 대표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나흘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칩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수용하기 힘들지 않겠냐는 부정적 기류가 있다. '문·안·박 연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만 빠진 변형 아니냐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내려놓는 것 없이 비대위원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문·안·박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전제가 안돼 있는데다 통합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중재안을 쉽사리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강한 의원들을 뺀 중재안인데다 '문·안' 분열시 내년 총선 때 직격탄을 맞는 수도권 의원들의 요구라 단박에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안·박 연대'가 안 전 대표가 공동지도부에 합류하는 형태였다면, 이번 제안은 안 전 대표가 지도부 구성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다는 점도 차이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BBS 라디오에 나와 "지금 문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공동비대위원장을 맡는 안을 선호한다고 한다. 단 1초도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며 "문 대표가 며칠 만이라도 물러나고 비대위에서 문·안을 모시자고 해서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검토할 수 있는 안"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이종걸 원내대표도 "현 지도체제가 2선 후퇴하고, 후퇴한 지도자들도 빠른 시간 안에 총선을 위해 지도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배치하는 일이 바로 있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문·안의 개인적 영향력이 합해져서 큰 시너지를 거두긴 어렵다고 본다"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전당대회에서 결정한 것은 승복할 명분이 될 것"이라고 전대 우선론을 피력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