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나서며 한상균이 던진 질문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사느냐”

입력 2015-12-10 11:27 수정 2015-12-10 13:21
조계사에 머물던 시절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김지훈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10일 조계사를 나서며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머리띠를 둘렀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압박하는 노동법 개정 관련 이를 막기 위해 구속되더라도 법정에서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야당에도 노동법 개정을 온몸으로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그리곤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라고 칭한 보수언론을 향해 “민주노총이 귀족 노동자 조직이라면 왜 나이 50 넘으면 파견직으로 전락하는 노동법을 막기 위해 싸우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도심 대규모 시위 직후 조계사로 들어간 지 24일 만에 경찰의 체포영장에 응하면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 한 위원장 뒤편으로는 “2천만 노동자와 생존을 지켜주세요” “쉬운 해고 반대”라는 펼침막을 든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은 한 위원장은 “저는 살인범도 파렴치범도 폭동을 일으킨 사람도 아니고, 저는 해고 노동자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천명의 경찰이 조계사를 둘러싸고, 뉴스채널이 벌써 며칠째 생방송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상으로 내보내는 것은 정권차원에서 기획된 공안몰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부에 물었다. “저임금 체계와 해고를 쉽게 해야 기업과 경제가 살아납니까. 노동자가 죽어야 경제가 산다는 게 제대로 된 정책입니까.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대규모 도심 시위에 대해서도 “폭력 시위만 이야기하고 국가공권력 폭력 진압은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라며 “(물대포 탓에 사경을 헤메는) 백남기 농민, 이분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느냐”라고 거듭 반문했다.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진 뒤, 그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고 일주문 밖으로 나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