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끊자” 전북사립학교 공동 교사채용시험 성과

입력 2015-12-09 16:57
전북지역 사립학교들이 교사 임용시험 일부를 공동으로 진행해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이는 사학 교원 인사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전북에서만 유일하게 실시되고 있다.

전북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2016학년도 중등 및 특수교사 채용을 위한 1차 필기시험을 공동으로 치르기로 하고 최근 채용공고를 냈다고 9일 밝혔다. 대상은 도내 75개 사립학교 법인의 122개 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다. 이들 학교는 다음 달 중순 공동시험을 통해 신규 교원을 뽑을 예정이다.

사립학교 인사 공동전형은 지난해 1월 전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첫해 선발에선 6개 법인 5교과 15명 모집에 모두 467명이 지원, 평균 31.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동안 사립학교 법인들은 자체적으로 문제 출제부터 채점까지 해 왔다. 이로 인해 시험문제 유출과 점수 조작 의혹 등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최종 합격자 가운데는 법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북도교육청은 채용 비리를 끊기 위해 공동 전형을 수차례 요청했고, 전북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이를 수락했다. 법인협의회는 처음엔 ‘인사권 침해’라며 난색을 보였으나 ‘사립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도 국고로 지원되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결국 뜻을 모았다. 도교육청은 대신에 통합 출제본부 구성과 운영, 통합 고사장 운영 등의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시험 문제는 법인협의회와 전북교육청에서 추천한 외부 출제위원을 위촉해 출제하고 있다. 예비 교사들은 과목별로 같은 문제로 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채점 역시 통합 출제본부에서 진행한다.

공동 전형을 한 결과, 시험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이 올해 1월 최종 합격자 47명을 분석한 결과, 법인 이사장 등의 친인척은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아직 많다.

먼저 필기시험 합격자를 최대 7배수까지 뽑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립은 채용 규모의 1.5배까지를 통과시킨다. 2차 수업 시연과 3차 면접 등 나머지 시험 과정은 여전히 사립학교 법인에 맡겨져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임용시험 공동 진행으로 투명성과 책무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협의를 통해 사립학교의 인사권도 존중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