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족과 떨어져 10년 동안 무속인 생활한 부인 이혼청구 허용취지 대법 판결

입력 2015-12-09 16:53
남편과 자녀를 해외에 둔 채 홀로 귀국해 11년간 별거한 부인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오랜 별거로 사실상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이 났고, 남편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면 주된 파탄 책임이 부인에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청구를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49·여)가 남편 B씨(51)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이혼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1990년 혼인한 A씨 부부는 1998년 세 자녀를 데리고 남미로 이주했다. A씨는 2004년 귀국해 무속인이 된 뒤 가족과 떨어져 생활했다.

A씨는 2012년 이혼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파탄의 주된 이유가 귀국한 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돌아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A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남편이 현지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에게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 할지라도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갈등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B씨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 A씨가 무속인의 삶을 포기하고 평범한 가족생활로 복귀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혼인생활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