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법안 연계는 알고 보니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것이었다"(이종걸),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발언 취소하라"(원유철)
쟁점법안 처리 및 임시국회 의사일정 협의를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9일 한자리에 앉은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난데없이 '대통령 지령설'을 놓고 날선 설전을 벌였다.
발단은 두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서명했던 '쟁점법안 처리 합의문'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2일 합의문에 의하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늘까지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다"며 약속 준수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약속을 지키려면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예산안과 법안을 연계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이 있었는데 이를 뒤집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여당이 예산을 연계해서 법안 처리를 압박하고…알고 보니 그건 (박근혜)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것"이라며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 운운하면서 그 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원안 처리하라고 말씀하시고 (해외 순방을) 출발하셨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랑스·체코 순방길에 오르기 전 서울공항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당부하면서 그렇게 '지시'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그 발언은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권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발끈'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가 "제가 대통령께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워낙 (그런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라고 한발 물러섰으나, 원 원내대표는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취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두 원내대표의 공방은 정 의장이 "대통령께서 그런 지시를 할 리도 없고, 그런 지시를 하실 분도 아니다"고 말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배석한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또다시 박 대통령의 '대(對) 국회 압력'을 주장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살벌해졌다.
이 수석부대표는 "대통령께서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발언을 많이 하신다"면서 "여당이 야당을 압박하는 것까지 용인할 수 있지만 청와대도 그렇고 의장도 나서서 그렇게 하는 것은 잘못하면 야당 압박 수단으로 느낄 수 있으니 신중하게 해 달라"고 '항의'했다.
시작부터 냉랭해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회동에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새누리당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정기국회 및 임시국회 의사일정 및 (처리) 법안과 관련해서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향후에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때아닌 대통령 지령 설전” 이종걸 “예산법안 연계 지시” 대 원유철 “사실무근”
입력 2015-12-09 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