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는 감정섞인 언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과거 친이계 좌장으로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이 공개회의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의원총회에 말 한마디 안하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난 6일 밤 최고위원 만찬회동 합의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직후였다.
초선으로 친박계인 이장우 대변인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5선인 이재오 의원을 겨냥해 "민생법안이나 노동개혁법 때문에 대통령이 저렇게 걱정하는데 지금 그런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정부에서 특임장관 등을 지내며 국정에 직접 참여했던 이 의원이 국정의 우선순위나 국정 운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공천 룰에 대해 언급해 여당내 논란의 군불을 지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이 이 의원에게 대변인으로서 게다가 까마득한 중진 의원에게 예의가 아니라며 곧바로 발언을 제지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이장우 의원도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가 나서 "그건 대변인이 잘못했다"고 지적했고, 다른 몇몇 의원들도 "그만하라"고 뜯어말리면서 상황은 가라앉았다.
이처럼 공천 룰에 대한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간 경계선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긴장 지수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공천 특별기구가 구성되기도 전부터 '의총에 붙이자', '최고위에서 결론 내면 된다'고 양 계파가 으르렁거리는 양상이다.
의총에서 결론을 내릴 경우 현역 의원에게 불리한 결선투표에 대한 반대가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반면에 최고위에는 친박계가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각 진영이 유리한 지형을 조성하기 위해 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규칙에 대한 기조와 원칙은 최고위에서 합의를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특별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또 특별기구도 의총 등을 통한 의원들 의견 수렴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청원 최고위원은 다른 자리에서 "의총을 해봤자 다 (지도부에) 위임한 건데 소용없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만찬 합의의 당사자인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마저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당내 친박-비박간 긴장이 높아가는 가운데 친박계가 주축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이날 국회에서 개최한 송년 세미나에는 소속 의원만 50여명이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은 세미나 후에도 오찬을 함께 하면서 결속을 다졌다.
정기국회도 끝나고 본격적인 총선국면을 앞두고 개최된 이날 포럼은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의 주도로 열렸으며, 장관 재임 동안 당을 떠났던 유기준 유일호 의원이 가세했다.
당초 세미나에서는 공천 룰에 대한 논의도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참석자들은 노동개혁 토론에 집중했다. 연말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입법 추진에 동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확전을 자제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윤 의원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후보 중에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등을 다시 붙여서 최종 후보로 뽑는 게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라면서 지도부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의총은 필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공천 룰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새누리당도 별반 다르지 않네” 與, 결선투표제 둘러싸고 감정섞인 언쟁
입력 2015-12-09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