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캠프 전에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 먼저

입력 2015-12-10 07:38

방학은 말 그대로 배움을 잠시 놓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방학은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맞이하는 제2의 ‘학기’로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단기어학연수, 영어캠프 등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여러 겨울캠프는 자녀들의 방학을 알차게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인기 있는 일부 겨울캠프는 몇 개월 전부터 문을 두드려야 할 정도다.

그러나, 겨울캠프를 보내기 전에 낯선 환경에서 지낼 아이들의 건강 또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질환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이다. 이 질환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 단체생활 주의질환’이라는 공식이 붙을 정도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인, 기숙사생에서 발병 위험이 높다. 특히 해외 영어캠프는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메르스, 홍콩독감 등 최근 유행한 감염질환들은 국경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만약 이번 겨울, 자녀가 겨울캠프에 갈 계획이라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 접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이름조차 생소한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

이름조차 생소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실상을 보면 이보다 무서운 질환을 찾기 힘들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수막구균(meningococcus)에 의해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급성 감염병이다. 수막구균은 북미 및 유럽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매년 50만 명에게 뇌수막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년 7만5000명이 수막구균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6월 부산에서 3세 남아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 됐다.

보통 인구의 10~20%가 수막구균 보균자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집단생활을 하는 소아 청소년의 경우, 수막구균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키스, 재채기, 기침 등 비말 및 긴밀한 접촉을 통해 컵이나 식기를 나눠 쓰는 기숙사나 캠프 내 일상생활에서 수막구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단체생활 할수록, 국제교류 활발할수록 특히 주의해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단체생활의 초기 단계에 노출 및 발병 위험이 높으며 국제적인 교류가 많아질수록 수막구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도 국제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 수막구균성 질환의 보건 건수가 증가한 전례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88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1988년과 2002~3년에는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최근에도 이러한 국제 단체생활로 인해 질환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올해 8월 일본에서 열린 대규모 청소년 국제캠프 ‘월드 잼보리’에 참여한 스코틀랜드와 스웨덴 청소년 4명이 귀국 후 수막구균성 질환으로 확진되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행사에 참가한 한국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발병 여부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수막구균 백신으로 예방 가능, 해외에서는 필수 접종 권고하기도

미국에서는 단체생활을 하는 학생들에서 수막구균성 질환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대학 신입생 및 기숙사생에게 수막구균 백신을 반드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많은 미국의 대학교에서 입학 혹은 기숙사에 입소시 수막구균 백신 접종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으니, 출국 전 접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영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는 영유아 및 청소년에게 백신을 필수로 권고하고 있으며, 이웃나라 중국은 영유아 및 소아에서 혈청형 A와 혈청형 C를 예방하는 수막구균 백신을 필수 접종하고 있다.

부산 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종범 교수는 “자녀들을 해외 연수나 단체 캠프를 보낼 때 여행자 보험에 많이들 가입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예방접종을 챙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히, 해외에서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과 단체생활을 하는 학생은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수막구균 예방백신 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수막구균 백신으로 혈청형 A,C,W135,Y를 예방하는 메낙트라와 멘비오 두 제품이 허가되어 있으며, 두 백신 모두 만 2세부터 55세까지는 1회 접종으로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혈청형 A를 포함한 주요 4가지 수막구균 혈청형(A, C, Y, W-135)을 예방한다. 단, 만 2세 미만의 경우 나이에 따라 접종 횟수에서 차이가 있다.

메낙트라는 수막구균 4가 백신 중 생후 9개월~23개월에서 국내 유일하게 혈청형 A에 대한 효능효과를 입증 받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7500만도즈(2015년 기준)가 넘게 공급된 세계 판매 1위의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 백신이다.

이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