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장 집행방침 변화없다"지만…조계사 진입은 '글쎄요'

입력 2015-12-09 11:20 수정 2015-12-09 11:35
조계사 주변을 경찰 병력이 지키고 있다. 구성찬 기자

조계종이 경찰병력의 조계사 진입을 경고했지만 경찰은 영장 집행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9일 오전 조계종 기자회견 직후 “오후 4시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그 시간 이후에 언제든 경찰력을 투입해 한 위원장을 검거한다는 방침은 아직 그대로”라고 밝혔다.

조계종의 반발과 무관하게 언제든 한 위원장 검거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조계사나 조계종이 강제 집행에 반대를 하더라도 경찰은 더 이상 그런 입장을 고려하거나 수용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조계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소속 승려들도 “경찰이 조계사에 진입할 경우 이를 몸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오후 4시 이후 한 위원장 체포를 위해 경찰력을 조계사에 투입한다면 민주노총이 아니라 조계종 측과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경찰이 오후 4시 이후 즉각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불교계가 공개적으로 반대 방침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조계사에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불교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노동법과 불법시위를 둘러싼 공방이 자칫 종교 공방으로까지 확대되면 경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2002년 3월10일 조계사로 숨어든 발전노조원 7명을 체포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신도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여론이 크게 악화되자 당시 이대길 서울경찰청장이 조계사를 찾아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경찰로서는 13년 만에 종교시설에 강제 진입한다는 게 큰 부담인 만큼 정치권과 여론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의 조계사 칩거가 장기화될 경우 종교계 반발이 누그러들고 여론의 흐름도 영장 집행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계종이 한 위원장에 대해 결단을 촉구한 만큼 한 위원장으로서도 무작정 버틸 수 없다는 점도 경찰의 결단을 미루게 할 요소다. 자진출석의 가능성이 남아 있고 자진출석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은신처를 옮겨야 할 상황이어서 조계사 밖에서 충분히 검거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수사 형사 100명을 포함해 경찰관 기동대 7개 중대 등 600여명을 배치해 경계와 감시를 강화했고, 경찰관 기동대 10개 중대를 출동 대기시켜놓고 있다.

[관련 기사 보기]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