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은 가능할까. 최근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접점에 선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면서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이들 기업들 중 상당수는 현실의 벽에 부닥쳐 좌절하기도 했지만, 몇몇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어엿한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있다. 존재만으로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이익창출’이라는 해묵은 명제를 전복하려는 기업들을 만나 봤다.
◇ 비타민 하나 사면 하나는 어려운 이웃에게 ‘비타민엔젤스’
비타민엔젤스는 비타민계의 ‘탐스’로 불린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미국 신발 기업 탐스(TOMS)처럼, 비타민엔젤스도 비타민 한 병이 팔릴 때마다 다른 한 병을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엔젤스는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이자 소외된 계층에 비타민 나누기 운동을 전개해 온 염창환 박사가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의료복지에 있어 사후 치료만큼이나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을 통한 질병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염 박사의 신념이 비타민엔젤스 탄생의 단초가 됐다.
비타민엔젤스 제품은 독거노인, 미혼모, 결식어린이 등 영양 결핍에 시달리기 쉬운 소외계층의 소비를 염두에 둔 제품인 만큼 비타민 함량을 높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제품력과 더불어 ‘좋은 일 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기부 금액이 벌써 2억 원을 넘겼다.
최근에는 기업 구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 비타민엔젤스의 비타민을 구매할 겨우, 구매 수량만큼 기업 이름으로 복지시설에 기부되기 때문에 직원들 건강도 챙기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으며 기부금 영수증을 통한 세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타민엔젤스는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유산균, 비타민D, 오메가3 등으로 제품 범위도 넓혔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비타민 나눔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모범이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 룸텐트로 에너지 빈곤층 돕는 ‘바이맘’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서 집안에 텐트를 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방한용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룸텐트’다. 룸텐트는 보온효과가 커 전기장판만 살짝 틀어도 실내온도가 10도 이상 크게 오른다. 겨울철 난방비 절감 효과가 쏠쏠하다.
한겨울에도 난방비가 무서워 전기장판도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에게는 룸텐트같은 아이템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바이맘(bymom)’은 소득의 21.7%를 에너지 구입비에 쓰는 에너지빈곤층(소득수준 하위 10%)을 돕기 위해 탄생했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바이맘은 창업 2년만에 매출 10억 원을 찍고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한겨울 난방비가 아쉬운 에너지 빈곤층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폭설이 잦은 강원도 산고에 룸텐트를 기증하는 등 사회적 프로젝트에도 열심이다. 자본금 3천만 원과 한 줌 아이디어로 시작한 작은 사업은 이제 해외 수출길도 내다보고 있다.
◇ 노숙자 자활을 돕는 매거진 ‘빅이슈코리아’
대중문화잡지 ‘빅이슈(The Big Issue)’를 사려면 서점이 아닌 거리로 나서야 한다. 전철역 앞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잡지를 판다. 이들은 다름 아닌 노숙자들이다.
1991년 영국에서 창간해 세계 10개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빅이슈’는 사회구조로 인한 홈리스 문제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해결하고자 탄생한 잡지다.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며, 홈리스에게만 잡지 판매 권한을 주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판매 금액 5000원의 절반은 판매원에게 돌아가고, 6개월 이상 판매하고 꾸준히 저축을 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까지 주어진다. 2015년 9월 현재까지 35명의 노숙자가 빅이슈를 통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20명의 판매원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착한 기업은 가능하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 이들은 단지 착한 소비 트렌드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의 한 축으로 우뚝 서고 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
“착한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사회적 기업의 이색 기부문화
입력 2015-12-09 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