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부경찰서는 땅굴을 파고들어가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8억2000여만 원 상당의 경유를 훔친 혐의로 김모(47)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7개월간 경북 경주시 외동읍 7번 국도 인근에 매설된 대한송유관공사의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고압호스를 연결해 경유 64만8000ℓ(8억2000여만 원)를 훔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송유관이 묻힌 지점 근처에 있는 고물상을 임차한 뒤, 계근대(고철을 실은 화물차의 무게를 측정하는 설비) 지하공간부터 송유관까지 길이 약 20m, 높이와 너비 각 1.2m 규모의 땅굴을 팠다.
이후 송유관에 지름 1㎝도 안 되는 작은 구멍을 뚫고는 지름 2㎝가량의 얇은 호스를 연결해 조금씩 기름을 빼냈다. 구멍을 크게 뚫으면 송유관이 파열할 우려가 있는 데다, 한꺼번에 많은 기름을 빼내면 송유관공사 유압관리시스템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 등은 매시간 소량의 기름을 채취해 유종 감별장치로 분석해 경유가 흘러갈 때마다 경유를 훔쳤다. 경유만 빼낸 것은 다른 유종보다 폭발과 화재 등의 위험도가 낮고, 시중에 처분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훔친 경유는 화물차량을 이용해 고물상과 7㎞ 떨어진 창고에 설치한 4000ℓ짜리 저장탱크 4곳에 보관했다.
경찰은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구멍을 내 호스를 연결하는 등 범행 준비를 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송유관 천공 ‘전문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일당 가운데 2명은 과거 유사석유를 제조해 판매하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이 같은 범죄는 주변 토양을 오염시키고 대형사고 발생가능성도 높은 만큼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땅굴 파고 송유관 기름 훔친 일당 구속
입력 2015-12-08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