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MBC ‘시사매거진2580’에서는 장기밀매단에 표적이 된 소년의 사연을 소개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군은 부산의 한 화목한 가정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 하고 전교회장으로 텔레비전에 출연까지 했던 모범생이었다.
김군은 “저희 나이 때 애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잘 살았다”며 “부모님이 주유소 5개를 운영하셨다”고 말했다.
김군의 부모는 자상했지만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누구보다 엄격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김군이 중2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50평대 아파트에서 살던 김군과 어머니는 허름한 아파트로 옮겼다.
친정오빠에게 간이식을 해줬던 어머니는 계속 후유증을 앓아오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빠졌다.
김군은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15세의 나이에 하루에 16시간씩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편의점, 고깃집, 칵테일 바 등.
그럼에도 김군은 힘들다는 생각을 아예 해본 적이 없다.
김군은 “내가 이걸 안하면 어머니는 죽잖아요. 치료비로 내야하고 월세도 내야 되고, 관리비도 내야 되고 식비 교통비 다 대야 되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두 번째 기일이던 2013년 11월 30일 어머니가 아파트 6층에서 몸을 던지며 김군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김군은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고 세차례 세상을 등지려고 시도했다.
김군은 쪽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아버지는 7남매, 어머니는 3남매의 막내였지만 손을 내민 친척은 없었다.
친척 중 평상시 잘해 준 분에게 안부를 물으려고 “뭐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니 뭐한다도 아니고 “돈 필요하면 남한테 기댈 생각하지 말고 네가 노력해서 벌어서 쓸 생각하라”는 답장이 왔다.
그런 그에게 장기밀매조직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지난 8월 김군은 친구들이 놀러와 너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쪽방에서 쫓겨났다.
다신 친구를 데려오지 않는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하는 수없이 SNS에 “며칠 만이라고 지낼 곳이 없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친한 친구 이모군이 빈집이 있다며 와서 지내라고 해 다른 고아 2명과 그 집에 들어가 지냈다.
친구는 일도 주겠다며 서울 쪽에서 배달 일 좀하라고 하기에 바로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군은 장기매매조직 모집책이었고 김군을 총책에게 넘길 계획이었다.
서울에서 하기로 했던 일도 마약운반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서울 갈 날만 기다리던 김군은 장기밀매단이 검거된 뒤 경찰에게 사건의 전모를 전해 들었지만 여전히 친구의 배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
고아원 입소를 거부한 김군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받는 48만원이 유일한 고정 수입이다.
고시촌 25만원, 휴대전화비 5만원을 제하고 남은 돈이 생활비였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도 김군은 검정고시 준비를 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김군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주위에 저같은 사람이 있다면 조금만 신경 써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군의 사연이 소개되자 MBC 게시판은 김군을 돕고 싶다는 글이 도배를 하고 있다.
이에 MBC는 8일 오전 공익단체를 통해 김군을 돕기로 결정했다는 공지를 올렸다.
김군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 slhm****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도 너무 바르게 자란 거 같다. 도와주고 싶은 데 어쭙잖게 도와주고자 하면 마음에 더 상처받을까봐 어떤 방법으로 도와줘야할지 모르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sho7****는 “김군 사연이 넘 가슴 아프면서도 걱정된다. 또 나쁜이들한테 이용당할 수도 있으니까. 김군한텐 경제적 지원 뿐 아니라 가족이 필요한 거 같다. 지역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도움주면 좋겠다”라며 응원 글을 남겼다.
kmd1****는 “이런 가옥한 삶의 운명을 짊어진 청년에게 최소한의 일자리와 국비기술을 가르쳐서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어야 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