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에 건강검진 인파가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연말과 새해를 맞아 자신 혹은 가족 건강을 점검해 보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검진에 대한 만족 비율은 50%도 채 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 수검자 2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검진에 만족하는 비율은 31.6%에 그쳤다.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 김정숙 센터장은 “건강검진을 받으면 우리 몸의 모든 병을 100% 찾아낼 수 있다고 맹신하거나 반대로 검사 과정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검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대목동병원이 제시한 건강검진 5대 오해와 진실.
#1. 건강검진은 모든 병 찾는 ‘만능 검사’?
건강검진을 우리 몸의 모든 질환을 찾아낼 수 있는 ‘만능 검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패키지형 종합검진은 암, 고혈압, 당뇨, 위장, 심장질환 등 주요 질환 검사에 치중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모든 질환을 알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발병 속도가 빠르고 찾아내기 힘든 폐암, 난소암 같은 경우, 고가의 검진을 받더라도 자칫 증상이 없다고 생각해 저선량 폐 CT나 질 초음파 등 정밀검사를 하지 않아 조기발견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검진 내용이 모든 병을 다 진단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흡연 여부·가족력 등 개인별 특이점을 점검한 후 빠진 항목을 스스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척 중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이 있었다면 다른 검사에 앞서 심장 정밀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복부비만이 있다면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과 함께 지방간이나 고혈압, 당뇨 등의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또 젊은 여성의 경우, 치밀 유방(유방의 유선 조직이 많이 발달해 있는 유방)의 빈도가 높아 유방 촬영에서 조기 암은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유방 초음파를 실시하면 유방암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 건강검진은 부모님 효도 선물?
건강검진은 흔히 효도 선물로 선호되고 있는 만큼, 40~50대 부모님 세대를 위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암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나이가 어리다고 건강검진을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10% 이상은 20~30대이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척 중에 암 환자가 있는 경우 국가암검진이나 최근 국립암센터가 내놓은 7대 암 검진 권고안을 좀 더 이른 나이부터 받는 것이 좋다. 유전 가능성이 높은 대장암이나 유방암 등은 5~10년 정도 일찍부터 암 검진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또 건강검진은 나이대별로 중점을 둬야 하는 검진 항목이 다르다. 20~30대는 노후에 나타날 수 있는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술자리가 잦은 30대는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를 고르는 게 바람직하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많은 가임기와 맞물려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한다. 따라서 유방 초음파뿐 아니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및 질염 검사 등 산부인과 질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3. 수면 내시경 사망 위험 높다?
내시경 검사는 위·대장 수술의 전후 경과를 파악하고 위암과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이지만, 정작 검사받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의 도관이 식도나 항문을 통과할 때 심리적 고통이 수반되고, 이를 피하고자 수면 내시경을 하자니 마취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진 전 몇 가지를 고려해 병원을 택하면 안전한 검사가 가능하다. 먼저, 마취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을 선택해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응급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또 심장·호흡기계 질환, 간부전·신부전·신경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수면 내시경 검사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각 과별 전문의가 상주하는 종합병원에서의 내시경 검사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안전한 수면 내시경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무호흡, 기침, 혈압 강하 등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관련 장비 및 시설을 갖추었는지도 확인 요소다.
#4. 암 조기 진단 위해 CT, PET-CT 검사는 여러 번 찍을수록 좋다?
CT, PET-CT 검사 비용을 회사에서 지원하거나 암을 조기에 발견할 목적으로 증상이 없더라도 해마다 신체 부위를 번갈아 가며 찍는 등 남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CT, PET-CT는 고가에 방사능 노출 위험이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방사능 노출을 걱정해 무조건적으로 검사를 지양할 필요는 없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췌장암 등을 조기 검진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 이유 없이 6개월간 평소 몸무게의 5% 이상이 빠지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의와의 면밀한 상담 하에 검사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암 위험인자나 증상에 따라 암을 조기 진단할 필요성과 기존 촬영 시기를 공유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진 결과 표에 ‘정상’ 뜨면 건강하다?
건강검진을 마친 뒤 검진표에 ‘정상’이라고 나왔다고 섣불리 질환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상은 의학적으로 건강한 사람(큰 질환이 없고 술·담배 거의 안한 정상인)의 측정치로부터 가장 높은 쪽과 가장 낮은 쪽의 2.5%를 제외한 95%를 말하는 것으로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암 검진 등을 받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해서 술·담배 등 좋지 않은 습관을 지속하다가 건강검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이지만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평소 본인의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등을 점검하는 등 건강습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병원 건강검진 북새통…명심해야 할 5가지는?
입력 2015-12-08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