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하발언'에 예산삭감으로 응수한 경남도의회

입력 2015-12-08 11:01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지난주 내년 도청 세입·세출예산안을 예비심사하면서 사천시와 관련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삭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소방위원회가 사천시 예산 삭감을 주도하면서 7개 사업 예산 19억7700만원이 감액됐다. 도청 예산 전체 삭감액인 15개 사업, 76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사천시 예산 집중 삭감은 사천시장이 도의원에게 비하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 도의회 안팎의 분석이다.

8일 도의회에 따르면 경제환경위는 내년 도청 예산을 심사하면서 사천시에서 열리는 경남항공우주엑스포 개최 지원비 2억원을 삭감했다.

건설소방위는 사남면 지방도 확장·포장 공사 2억5000만원, 곤양 목단천 하도준설사업 2억2400만원, 사천지역 2개 지구 소하천 정비사업 6억5000만원, 죽림삼거리∼남양동 주민센터 도시계획도로 개설 3억원, 향촌 삽재농공단지 조성 및 재정비 지원 1억5000만원, 종포산업단지 공업용 수도건설 2억300만원을 감액했다.

건설소방위에서만 삭감한 사천시 예산이 17억7000만원 수준이다. 항공우주엑스포 개최 지원비는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삭감됐고, 너머지는 모두 ‘사업추진 의지 부족’이다.

해당 단체장의 사업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도의회 상임위가 사천시 예산을 집중적으로 삭감한 것은 건설소방위가 지난달 4일 사천시 주요 현안 사업장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사천시장과의 갈등이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도의원들은 항공정비(MRO) 예산과 관련해 ‘도의회가 예산을 심의한다. 도비 지원 안 하면 시비로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사천시장은 ‘도비를 주지 않을 것이면 왜 묻느냐. 일개 도의원이…’라며 도의원을 비하하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원들은 그런 발언이 도의회와 도의원을 경시한다며 상당한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불쾌감은 지난달 30일 도의회 본회의 때 표출됐다.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됐던 ‘항공 MRO 사천 유치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했던 건설소방위 소속 의원은 당시 본회의에서 “항공 MRO 유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해당 자치단체장이 이 사업을 유치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간다”며 건의안 심의보류를 요청했다.

결국 이 건의안은 표결에 부쳐져 부결 처리됐다.

그러자 사천시장은 지난 3일 도의회를 방문해 의장과 건설소방위원들을 잇따라 만났지만 화해는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천시 관계자는 “사업추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행정사무감사 당시 시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다”며 “시장 발언의 본뜻은 (비하할) 의도는 없었지만 다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천=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