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뇌부가 조계사를 직접 방문해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를 요청한다. 23일째 조계사에서 은신 중인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작전이 곧 실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8일 오전 11시15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사찰 관계자들에게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청장은 조계사 경내에 은거하고 있는 한 위원장을 퇴거시켜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조계사 측은 경찰 측의 면담 요구를 일단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화쟁위는 경찰의 면담 요구를 접하고 자체 회의를 진행 중이다.
경찰 수뇌부의 조계사 방문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단 영장에 따른 정당한 법집행임을 부각시켜 한 위원장에 대한 직접 검거를 가능케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계사 측이 협조하면 경찰은 언제든 사찰 밖에 대기 중인 체포조를 즉각 투입해 한 위원장을 검거할 방침이다.
조계사 측이 경찰 투입을 완강히 거부할 경우에도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는 명분 쌓기로 활용할 수 있다. 한 위원장을 퇴거시켜야 한다는 신도회 등 사찰 내 강경세력에 힘이 실리면서 사찰 내부에서 퇴거로 대세가 기우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사찰 측이 경찰의 진입을 거부하면서 한 위원장을 설득해보겠다고 해도 경찰이 무한정 기다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경찰의 노선 변경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은거가 장기화될 경우 불법·폭력 무관용 원칙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 5법 개정의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체포조 투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 위원장 검거 이후 상황에 대한 숙의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과 19일 3차 민중총궐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의 체포는 노동계의 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경찰 수뇌부 조계사 방문…한상균 체포조 투입 임박?
입력 2015-12-08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