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측 “이르면 10일 탈당 선언 가능성” 부산 칩거의 향배는?

입력 2015-12-08 07:46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7일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고향인 부산에서 장고(長考)를 위한 칩거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날린 만큼 별도의 의견수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지막 결단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최종 결단을 앞두고 부담감을 느낀 듯 이날 하루종일 정확한 행적을 알리지 않은 채 취재진과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숨바꼭질을 벌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오가 넘은 시각 서울 노원구 아파트를 나선 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학기가 진행중인 만큼 이번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의원실 보좌관 한 명만 안 전 대표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 9시 25분 안 전 대표의 은청색 밴이 아파트를 떠난 것이 목격됐으나, 해당 밴에는 안 전 대표가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자택 앞에서 대기중인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빈 차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부산에 도착한 안 전 대표는 동서학원 설립자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빈소, 측근인 김현옥 ABC성형외과 원장의 장인 빈소를 조문한 데 이어 부산에 있는 부모와 저녁 식사를 하는 등 개인일정을 소화했다.

원래대로라면 이후 안 전 대표는 부산에서 1박을 한 뒤 이튿날인 8일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기자들의 취재가 이어지자 돌연 일정을 바꿔 이날 저녁 서울행 비행기를 예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 전 대표측은 "안 전 대표가 해당 비행기를 예매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타지 않았다"면서 "안 전 대표가 부산을 떠났다는 것만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가 서울로 돌아갔을 가능성과 처가가 있는 여수 또는 호남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등 안 전 대표의 행방을 놓고 추측만 무성한 상태이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도 며칠간 '잠행'을 이어가며 비공개 개인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등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칩거 기간 안 전 대표는 외부 인사와의 만남은 갖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연대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냐는 관측도 여전하다.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의 접촉설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안 전 대표측이나 손 전 고문측 모두 접촉설을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오는 10일께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표가 끝내 혁신전대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대표의 수용 불가 입장이 확인되면 굳이 일주일이나 끌 필요가 없다"며 "이르면 10일 탈당선언을 할 수도 있고, 당초 예상대로 주말에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측에서는 이날 문 대표가 '문안박 체제' 대신 다른 협력방안이라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혁신 전당대회 입장을 밝히라고 했는데 딴 이야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강경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당장 탈당은 이르고, 당내 혁신투쟁을 더 밀어붙여 명분을 쌓고 당 내외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극적으로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요구를 수용하거나 중진들의 중재 시도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