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만 4년’ NC 이강혁, 미라클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입력 2015-12-08 04:00
사진=이강혁(왼쪽)과 김원석

지난 3일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는 희망찬 소식이 전해졌다. 내야수 이강혁(24)의 NC 다이노스 입단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강혁은 지난해 해체된 고양 원더스와 올해 창단한 연천 미라클에서 재기를 노린 끝에 약 4년간의 프로선수 공백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이강혁은 지난 6일 대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잠시 휴식 중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설렘 반 두려움 반’이란 느낌이 그대로 묻어났다.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 그토록 바라던 프로 무대를 다시 밟았습니다. 지금 어떤 기분인가요.

“몇 년 동안 프로구단 주위를 맴돌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부모님께선 짧고 굵게 ‘수고했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지금껏 기다려주신 게 늘 감사하죠. ‘감격스러워서 날아갈 것 같다’라기 보다는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다’라는 기분입니다. 전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계획한 목표를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고 싶어요”

-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고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 일단 1군 캠프 합류, 시범경기 출전이 눈앞에 있는 목표입니다. 프로 선수는 부상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잔부상 없이 꾸준히 노력해서 다음 시즌 안에 1군 무대를 밟아보고 싶어요. 일단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구단이나 팬들께선 먼저 저를 알아봐주시고 평가해주실 거라고 봅니다.”

- 고양 원더스를 거쳐 연천 미라클에 입단했습니다. 고양 원더스 해체 당시 심정은 어땠나요.

“사실 고양원더스 해체 당시 ‘올해도 이렇게 미끄러지는 건가’하는 생각에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야구하겠다는 생각은 변한 적이 없었죠. 연천 미라클이 없었더라면 다시 프로에 도전할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다행히 미라클이 창단돼 야구를 계속 이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었던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 연천 미라클에서 힘든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미라클에서는 제가 마음먹은 만큼 원 없이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동료들이 있어 더 든든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방해요소로 다가온 현실적인 문제들이 항상 아쉬웠죠.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해야 하잖아요. 부상은 누군가 도움 없이 스스로 치료해야 했고, 개인 훈련 때는 직접 스케줄을 짰습니다. 연천에 있다보니 환경적인 문제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저희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독립 야구단에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진다면 선수들이 운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겁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독립 야구단을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한 해 동안 함께 했던 연천 미라클에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연천 미라클 동료들은 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서 용기 내어 다시 도전한 선수들이에요. 함께 동고동락했기에 얼마나 힘든지도 잘 알고 있죠.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맘껏 달려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후배들 위해 항상 고생 많으신 김인식 감독님이나 매니저님들께도 감사드려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미라클에 있는 동안 야구에 대한 간절함도 더 커졌는데요.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강혁은 지난 2010년 대구고를 거쳐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군복무를 마친 뒤 독립 야구단 생활을 이어온 끝에 다시 프로 무대에 서게 됐다. 연천 미라클에서는 고참급 선수로서 솔선수범을 보이며 동료들과 함께 꿈을 키워왔다.

연천 미라클 김인식 감독은 “방출의 아픔이 있는 선수인 만큼 절실함을 가지고 하길 바란다. 기본적으로 타격에 소질이 있다. 컨택 능력과 파워도 좋다. 내야 수비를 보강하고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한다면 충분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자 이강혁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은 지난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미라클에 잠시 몸담았던 이케빈(삼성)에 이어 이강혁의 입단으로 다시 한번 희망을 봤다. 아픔을 딛고 프로의 꿈을 향해 달리는 연천 미라클 야구단에 또 다른 ‘기적’의 노래가 울려 퍼지길 기대해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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