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7일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고향인 부산에서 장고(長考)를 위한 칩거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날린 만큼 별도의 의견수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지막 결단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오가 넘은 시각 서울 노원구 아파트를 나선 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안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학기가 진행중인 만큼 이번 일정에 동행하지 않고, 의원실 보좌관 한 명만 안 전 대표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 9시 25분 안 전 대표의 은청색 밴이 아파트를 떠난 것이 목격됐으나, 해당 밴에는 안 전 대표가 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이를 두고 자택 앞에서 대기중인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빈 차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등 안 전 대표의 동선은 '007 작전'을 방불케했다.
부산에 도착한 안 전 대표는 동서학원 설립자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빈소를 조문하는 등 개인일정을 소화했다.
안 전 대표는 일주일 가량 부산에 있는 부모 자택에 머물면서 일부 비공개 개인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등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칩거 기간 안 전 대표는 외부 인사와의 만남은 갖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 연대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냐는 관측도 여전하다.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과의 접촉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해서 떠난 것인 만큼 외부 인사와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의 측근도 "손 전 고문은 현실정치나 현재 당내상황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이라면 가까운 분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들도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 속에 안 전 대표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매주 월요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열리던 내부 전략회의도 이날은 안 전 대표의 불참으로 취소됐고, 핵심 보좌진들도 휴가를 떠나거나 밀린 업무를 소화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가 이번에도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탈당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측에서는 이날 문 대표가 "문안박 협력체제가 적합지 않다면 다른 방안이라도 그런 협력체제가 모색돼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계속 딴 이야기만 한다. 혁신 전당대회 입장을 밝히라고 했는데, 누구한테 하는 이야기인지 초점이 안 맞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한 측근은 주류측 최재성 진성준 의원이 연이어 라디오 방송에서 안 전 대표의 '최후통첩'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당직자들이 나서서 안 전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양측 신뢰회복은 물론, 당의 통합과 혁신을 위한 노력에 재를 뿌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강경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당장 탈당은 이르고, 당내 혁신투쟁을 더 밀어붙여 명분을 쌓고 당 내외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문 전 대표가 극적으로 안 전 대표의 혁신 전대 요구를 수용하거나 중진들의 중재 시도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안철수, 비행기 타고 고향 부산 갔다-1주일간 칩거
입력 2015-12-07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