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혁신전대 간접 거부…대타협 여지는 남겨

입력 2015-12-07 18:52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7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재차 요구한 '혁신 전당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에둘러 표시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대답을 드리기가 좀 난감하다"며 말을 아꼈다. 전날 "오늘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반응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즉답을 피한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혁신전대 불가론을 피력한 것이라고 말한다. 문 대표 측 인사는 "굳이 거부 의사를 재차 피력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CBS 라디오에 출연,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전대를 다시 하자는 기존의 말씀을 되풀이한 것"이라며 "다시 또 같은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모호한 태도는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 자칫 안 전 대표에게 탈당의 명분만 제공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굳이 혁신전대를 또다시 논란거리로 만들어 안 전 대표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문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탈당이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자신이 통합을 통해서 만든 정당을 탈당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맞지도 않다"고 말했고, 진성준 전략기획본부장은 KBS 라디오에 나와 "(탈당은) 분열의 책임을 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극단적 선택은 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문 대표가 이날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협력체제가 적합하지 않다면 또다른 방안이라도 모색돼야 한다"고 언급한 배경을 놓고도 해석이 뒤따른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문안박연대와 혁신전대를 뛰어넘을 제3의 복안을 가진 상태에서 발언한 것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따라서 이는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와의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언급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타협안이 제시된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 대표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안 전 대표가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해 제3의 중재 움직임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당이 분열해선 안 된다는 명제만큼은 분명하다"며 "중진이나 중간지대에서 중재안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기대할 만한 부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현역의원 하위 20% 물갈이를 위한 평가기준을 의결하고, 오영식 의원의 사퇴로 궐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를 채우기 위한 규정을 개정하는 등 당 내홍과 상관없이 총선 채비를 서두르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도 이어갔다.

문 대표는 9일 당무위, 14일 중앙위를 차례로 열어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

문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와의 협력 복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총선에 필요한 준비는 준비대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