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한탄입니다. 실제 한 해 총기사고로 숨지는 미국인이 10여 년간 테러로 숨진 사람 수에 비해 10배나 많다고 합니다. 미국 총기사망 확률은 한국보다 78배나 높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만큼 행복할까요? 글쎄요. 세계 최악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쓴 한국의 각종 자살 관련 통계자료를 보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가게 됩니다. 7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미국 인구 100만 명당 연평균 총기 사망 인구가 31.2명에 이른다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스위스 비영리기구 스몰 암스 서베이(Small Arms Survey)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100만명 당 총기 사망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엘살바도르로 446.3명에 달했고 2위는 멕시코로 121.7명이었습니다. 미국은 3위였는데요. 반면 한국은 0.4명이었습니다. 미국의 78분의 1에 불과한 수치죠. 일본은 0.1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 보다 78배 안전한 곳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세계 최악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 자살률이 얼마나 끔찍한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자료부터 보시죠. 1990~2013년 OECD 회원국들의 자살률 추이 표입니다.
붉은색 진한 선은 OECD 전체 추이인데요. 점차 자살률이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0만 명당 자살자가 1990년 8.8명에 불과했는데 1998년 IMF 사태를 겪으면서 21.7명으로 치솟았습니다. 2002년에는 22.7명, 2005년에는 29.9명으로 각각 올라갔습니다. 2011년에는 무려 33.3명으로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OECD 전체 평균은 1990년 16.2명에서 2013년 11.7명으로 줄었습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썼던 일본은 2002년 이후부터 한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2013년에는 18.7명에 그쳤습니다.
자, 모든 나라의 자살률은 감소하는데 유독 한국만 급격히 증가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OECD가 내놓은 또 다른 표입니다. 각국의 최근 3년간 10만 명당 평균 자살자 수입니다.
OECD평균은 12명인데 한국은 29.1명입니다. 한국 바로 아래는 헝가리인데 19.4명이고 일본은 그 아래인 18.7명입니다.
하나 더 볼까요? 2014년 미국에서 총기로 살해당한 미국인은 1만2563명입니다. 그 해 한국 자살자는 1만3836명입니다. 근데 미국 인구는 3억1890만명이고 한국 인구는 5150만명입니다. 비율로만 따지만 한국의 자살자 수는 미국의 총기피살자 수보다 무려 6배 정도 많은 셈입니다. 그러니 미국인은 남을 총으로 죽이면서 스트레스를 없애고 한국인은 스스로를 죽이면서 스트레스를 없앤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총기 참사가 일상이 된 미국을 보면서 혀를 차곤 합니다. 정말 우리에게 그럴만한 여유가 있을까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