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선희에게 요즘에 붙들고 있는 말씀을 물어보니 ‘두려워히지 말라’였다. 그는 “성경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이 366회나 기록돼 있다고 한다”며 “하나님이 명령까지 하신 말씀”이라고 전했다.
1992년 SBS 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 했던 그가 중고 신인으로 데뷔 3년차가 됐을 때 처음으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자마자 그는 세상의 유명세와 돈, 명예 모든 것을 가졌다. 하나님은 성공한 개그우먼, 방송인으로 그를 세상적으로 높이는 듯 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7년 전 남편의 죽음으로 세상은 모두 등을 돌렸고, 그녀의 말대로 진흙탕 흙탕 불구덩이에 놓여진 시간을 보내게 됐다.
처음에 정선희는 “하나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나를 버리셨나요?!”라며 원망의 울부짖음도 토해냈다. 7년의 시간 동안 하나님을 붙들고 씨름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기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하나님은 그녀를 놓지 않으셨고 붙들어 세우셨다.
정선희는 “당시 가장 뜨겁게 생각했던 질문은 ‘나한테 왜 그러셨어요?’였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이제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며 “내 머리로 이해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매 순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나와 함께 계시고 살아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고 고백했다. “비와 폭풍우를 안 맞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내 딸이 비를 맞고 있을 때도 어둠 속에 있을 때도 하나님은 내 옆에 계셨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누구나 시련을 겪고 싶지 않지만 하나님은 때때로 시련을 허락하신다. 이에 대해 정선희는 “고통스러운 아픔, 더한 아픔을 통해서 거듭나고 깊어지고 넓어질 거라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도 깨닫게 해주시면서 더욱 견고한 믿음으로 이끌어주시는 것”이라고 스스로 답을 찾았다.
과거 화려한 시절의 정선희를 다시 돌아보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는 “예전에는 내가 바라는 나, 되고 싶은 나의 이미지를 쌓았던 것 같다”며 “겸손한 척 했지만 지적인 이미지, 똑소리 나는 언니, 친근한 이미지 등으로 나 스스로를 우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이 지난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해서 우상이 된 나의 모든 것을 박살내시고 사자의 발톱처럼 확 뜯어내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빛이시고 생명이시다. 여러 사건 사고들과 근거 없는 소문들로 인해서 방송가에 다시 복귀하는 것이 어려울 법 했다. 하지만 그 사이 하나님은 정선희를 살리시고 라디오 진행도 허락하셨고 소소히 번역일도 허락하셨다. 그녀의 말대로 “꼴딱꼴딱 숨이 넘어가지 않을 만큼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허락하셨다. 현재 정선희는 SBS ‘TV동물농장’과 기독교방송 C채널 ‘회복’의 진행자로 일하고 있다.
정선희는 “번역책으로 3년 만에 ‘하루 세 줄, 마음정리법’을 최근에 출간했다”며 “하나님은 내가 방송만 우상으로 섬기지 않도록 도구들을 쥐어주셨다. 신앙적인 부분에서도 일적인 부분에서도 균형을 잡아가는 감사한 시간들”이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정선희에게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실까. 감히 짐작하지 어렵지만 정선희는 하나님은 아픔의 과정을 거쳐 회복을 주시지만 회복만을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비전’까지 품게 하신다고 했다.
“하나님은 내가 처했던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사용하시는 듯해요. 응어리, 곪아 있는 것들도 다 사용하십니다. 그리고 치유와 회복을 거쳐 내일을 꿈꾸게 하시는 비전을 주세요. ‘너를 일으켜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너를 달리게 하고 날게 할 거야. 근사한 나의 계획을 기대해’라고 말씀하시는 듯해요.”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