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안철수 기자회견에 詩로 대답?

입력 2015-12-06 23:04 수정 2015-12-07 01:46
국민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표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표가 6일 밤 10시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 한 편을 올렸다. 문 대표는 이날 안철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후통첩성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올린 시는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로 시작되는 시는 마치 문 대표 본인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 것처럼 보인다. 흔들림 없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셈이다.

시는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로 이어진다.

고통스럽고 외로운 길이지만 가기로 마음먹고 목숨을 걸면 해가 지는 어려운 상황이라도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시의 마지막 연은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로 끝난다. 비록 지금 현실이 고통스럽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신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의원의 발언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책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체제로 서둘러 당을 전환하겠다는 정면돌파 전략이라는 정가의 해석이 나왔다. 페이스북에 올린 시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