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문재인' '금성에서 온 안철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물고 물리는 '핑퐁게임'과 힘겨루기를 놓고 조화하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를 빗대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떠도는 표현이다.
안 전 공동대표가 6일 문 대표를 겨냥, 혁신 전당대회 수용을 거듭 요구하고 '최후통첩'을 던지면서 문 대표가 야심차게 마련한 정책 기자회견의 김도 확 빼놓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엇갈리는 기운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통상 당 대표가 중요한 메시지 일정을 잡으면 소속 의원들은 일정을 빗겨 가도록 잡지만 안 전 대표는 이에 아랑곳않고 문 대표가 현안·정책 이슈에 대해 중요 일정을 잡을 때마다 당내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반복하면서 당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 올인'을 선언한 문 대표가 마침 이날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를 통해 비정규직제도 4대 개혁안을 제안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온통 안 전 대표의 '최후통첩'에 대한 문 대표의 반응에 집중됐다.
문 대표는 지난 10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4년간 청년 일자리 71만개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안 전 대표가 당일 오전 낡은 진보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슈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같은 달 29일에도 문 대표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일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통해 첫 혁신토론회를 개최하며 메시지를 분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에도 민주당이나 당시 문재인 후보측에서 중요한 행사나 발표가 있을 때면 중요 회견을 잡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중요한 행사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다보니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로부터 꼭 3년 전인 2012년 12월 6일 안 전 대표가 대선후보 단일화 이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원을 전격 선언한 것도 운명의 '아이러니'라는 평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두 날짜를 언급,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둘의 단합을 호소하고 서로 손을 잡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나 입장발표가 일요일 오전 10시대에 집중되는 점에 주목, '일요일 10시 법칙'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애초 안 전 대표는 이번 주초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상을 깨고 일요일인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일정이 잡혔다.
안 전 대표는 1주일 전 일요일인 지난달 29일에도 오전 10시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 전대 제안을 내놨다.
게다가 안 전 대표가 혁신 구상의 큰 그림을 처음으로 발표한 것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9월 6일 오전 10시 30분이었고, 혁신 구상의 첫 번째 주제로서 당내 부패 척결 방안을 밝힌 것도 일요일인 같은 달 20일 오전 10시였다.
두 번째 혁신 구상으로서 낡은 진보 청산 방안도 일요일인 지난 10월 11일 공개됐다. 다만 이때 발표시간은 오전 11시 30분으로 다른 때보다 조금 늦춰졌다.
여기에 안 전 대표가 이날 이후 1주일여 칩거에 들어가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최종 결단은 다음 주 일요일인 13일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를 두고 문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전 대표가 당일 저녁 방송뉴스와 월요일 조간신문을 통해 이슈를 주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당이 처한 엄중한 상황이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을 결정했을 뿐"이라면서 "문 대표의 일정 등 다른 요인을 고려한 적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안철수측 “휴일 오전 10시 법칙”...문재인측 “날만 잡으면 安에 묻혀”
입력 2015-12-06 1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