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15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 '치킨 게임'은 풀릴 기미가 전혀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일 직접 담판을 위해 대좌를 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이 헤어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끝장을 보겠다는 '마라톤 협상'도 아니고 20여분만에 서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견해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쌍방의 입장만 확인한 채 서로 '버티기'로 작정한 셈이다.
쟁점은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하는 대신 비례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차였다.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연동제,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중재안 등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더 이상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현행 선거구'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새누리당에서 변화된 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개특위 협상 시한으로 15일을 잡았지만 현재로서는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대치 상태는 지속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이날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주장한 몇 가지 제안에 대해서는 현재 권력구조하에서는 그걸 손댄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받을 수 없다"며 "못 받으니 새로운 제안은 하지 않겠다, 현행대로 선거구 획정을 하자고 했는데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도 "우리는 저쪽에서 변화된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더 어떻게 만나봐야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됐다"고 언급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상대방이 항복해 올것이라고 보면서 상대방이 양보하지 않으면 "현행 선거구제대로 가도 좋다"는 식의 '배째라'식의 협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양측은 짐짓 상대방이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비노 진영과 호남 인사들의 반발 때문에 현행 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타협하고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친노-비노간 투쟁 때문에 야당 내에서도 통일된 입장이 불분명한 상황이고, 야당 지도부가 선거구 획정을 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야당에서는 다급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기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떼를 쓰는데 이것은 정말 무책임하다"며 "아무리 당에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오히려 새누리당이 현행 안을 고집할 수는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오히려 현행대로는 못하겠다고 했었다"며 "현행대로 한다면 할 수 없다. (야당이) 언제 마다했나"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협상과정에서도 나타났듯, 농어촌 (지역구)이 어떻게 되겠나, 우리도 큰 문제가 생기겠지만 여당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면서 "현행대로 가게 되면 여당이 안 될 것이다. 여당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비례성 강화 방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확고하다.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비례제나 지역구 당선자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연동시키는 이른바 '이병석 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비례를 줄이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학재 의원은 "OECD 국가 중 대통령제를 하는 7곳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곳은 없다"며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인 정국 안정에 혼란을 갖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선거를 눈앞에 두고 연동형 비례제를 받으라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시민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류 쪽에서는 비례 축소보다는 현행 유지에, 호남 의원이 다수 포진한 비주류 쪽에서는 현행을 유지해 농어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보다는 비례를 소폭 축소하는 방안으로 내심 의견이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여야의 태도를 놓고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더라도 불리할게 없다는 공통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야 원외 출마자들은 "그라운드가 정해져야 선거운동을 할 것 아니냐"며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들이 룰을 정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횡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정세균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오찬에서 동석한 문 대표에게 농반진반으로 "(선거구 획정 협상을) 15일까지 못하며 다 한강에 빠져 죽어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표는 머쓱한 듯 "다 (빠져죽어야 된다) 라고는 상상하지 않는 게, 우리는 많이 양보했다"며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여야 대표도 못푸는 선거구 획정 숙제” 협상 시늉 조차도 포기?
입력 2015-12-06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