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정이 아직도 뛴다고? “네, 펄펄 뜁니다”

입력 2015-12-05 05:44 수정 2015-12-05 05:49
사진= 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저기 보이는 주희정(38·서울 삼성)이 ‘옛날’ 그 주희정이야?” “응, 그럴 걸?” “와, 아직도 뛰네?”

오랜만에 농구를 보는 듯한 중년 부부는 1쿼터 선발로 나선 19년차 포인트 가드 주희정을 보고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옛날’ 주희정은 22분 55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7득점 7어시스트로 제몫을 다했다.

서울 삼성은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73-62로 이겨 3연승을 달렸다.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28점을 쏟아 부었고, 포워드 문태영은 3쿼터 3연속 3점슛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주희정은 이들보다 주목받진 못했지만 베테랑답게 팀에 필요한 플레이로 경기를 운영했다.

주희정의 리딩은 초반부터 돋보였다. 주희정은 패턴 플레이를 지시한 이후 문태영의 입맛에 맞게 패스를 찔러줬다. 속공 상황에서는 신인 이동엽에게 한 박자 빠른 패스를 뿌리는 등 필요에 따라 공격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했다. 패스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3점슛과 돌파로 득점에도 가담한 주희정은 1쿼터에만 5득점에 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삼성은 2쿼터 8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주희정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전자랜드의 추격을 허용했다. 이상민 감독은 주희정을 다시 투입해 출혈을 최소화했다.

한 쿼터를 쉬고 4쿼터에 다시 코트로 돌아온 주희정은 펄펄 날았다. 골밑에서 입맛을 다시던 라틀리프에게 엔트리 패스를 두 차례 뿌리더니 김준일과 픽앤롤 공격에 성공하는 등 찰진 호흡을 선보였다. 주희정은 예상치 못한 더블클러치 슛으로 이날 자신의 7점째를 뽑아내기도 했다.

주희정은 아주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후배 가드들은 다소 부진했지만 주희정이 팀의 중심을 꽉 잡아줬다. 경기 후 라틀리프는 “주희정은 동료들을 살리는 플레이를 먼저 계산한다”며 “나에게도 좋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가드”라고 말했다.

올시즌 주희정이 삼성에 없었다면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팬들에게 주희정은 벌써 ‘옛날’ 선수가 됐지만 그가 코트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 꼴찌였던 서울 삼성이 중위권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주희정의 존재 때문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