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문재인과 끝장승부 본다 “文 퇴진요구·탈당도 검토대상”

입력 2015-12-04 19:5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혁신 전당대회 거부를 계기로 문 대표와의 '끝장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안 전 대표측에서는 탈당까지 각오하고 문 대표의 퇴진을 직접 요구하는 등 고강도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문 대표가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이상 물러서지 않고 받아치겠다는 기조인 셈이다.

문 대표가 4일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을 전격 수용하며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지만 안 전 대표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당내 한 비주류측 의원과의 통화에서 "시기가 지나간 이야기이다. 그때 받았으면 적절했는데, 상황 악화에 따라 제안한 혁신전대는 안 받고 옛날 것을 받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다른 의원과의 통화에서도 "이미 늦었다. 당의 절박한 위기가 이번 조치로 해소될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측에서는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혁신에 협력하겠다고 했다가 이후 '형용모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비판하고, 다시 '백번 옳다'고 했다가 혁신전대 제안을 거절하기까지의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번 조치 역시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전 대표측은 혁신전대를 고리로 당내 비주류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문 대표를 상대로 당의 본질적 혁신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전 대표도 주변 의원들과 통화에서 혁신전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기존의 입장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와 통화한 한 의원은 "안 전 대표가 굉장히 다부지게 할 것 같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나아가 안 전 대표측 일각에서는 문 대표에 대한 퇴진투쟁까지 거론하고 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도 "안 전 대표의 혁신 원칙은 확고하다. 문 대표 퇴진요구도 이에 따른 검토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황에서 당의 내전에 매달리기보다는 아예 탈당해 새출발을 도모하자는 의견도 본격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에는 탈당을 실제 결행하지 않더라도 문 대표에 대한 압박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탈당도 검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전과 비중이 다르게 검토되고 있는 것도 맞다"고 밝혔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당내 인사를 포함해 당외의 신당파 등과도 접촉하며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다만 탈당은 아직 이르고, 당분간은 안 전 대표가 당내 투쟁을 더욱 강화하며 명분과 세력을 모으는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여전히 적지 않다.

안 전 대표가 '새정치'에 대한 아이콘으로 각광받고 있던 지난 대선 직후에도 결국 독자세력화를 접고 '김한길 민주당'과 손을 잡은 경험에서 보듯 독자세력화가 녹록지 않다는 것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표는 당 내외 인사들과 접촉하며 '장고모드'에 돌입했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입장 발표 시기에 대해 "적어도 며칠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주초에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측근은 "질질 끌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르면 주말께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