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 심수창, 어색한데 훈훈한 ‘6년 밀당’… 결실은 한화

입력 2015-12-04 12:19 수정 2015-12-04 12:46
심수창(왼쪽)과 조인성. LG 트윈스의 동료였던 두 선수는 한화 이글스에서 재회했다.

2009년 8월 6일 서울 잠실구장.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선발투수 심수창(34)과 포수 조인성(40)은 마운드에서 언쟁을 벌였다. 심수창이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4이닝 동안 6실점한 뒤였다. 조인성은 마운드로 걸어가 무언가를 말했고, 심수창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한여름 밤 무더위 속에서 벌어진 배터리의 충돌은 LG 선수단의 분위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심수창은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고 내려간 마운드로 다시 오를 수 없었다. 다음 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다음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개막을 앞둔 3월 선배 조인성이 후배 심수창에게 헤드록을 걸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야구팬들의 의심을 풀 수는 없었다. 카메라 앞에서 웃고 밀착해도 싸늘하고 어색할 뿐이었다. 조인성과 심수창의 헤드록 사진은 어색한 화해의 상징으로 남고 말았다.

조인성과 심수창 사이의 앙금이 남았을 것이라는 의심은 의외의 상황에서 풀렸다. LG가 넥센 히어로즈와 대결한 2011년 9월 20일 잠실구장에서였다. 두 달 전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와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심수창은 친정 LG의 타선을 2회말 1사까지 무실점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인성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포수가 아닌 타자 조인성이었다.




이때 명장면이 나왔다. 심수창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조인성은 타격 자세를 잡다가 그런 심수창을 보고 웃었다. 어색한 헤드록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장면이었다. 조인성은 1스트라이크 1볼에서 심수창의 3구째를 타격했지만 중견수 플라이로 돌아섰다.

조인성과 심수창이 다시 만났다. 한화 이글스에서다. 조인성은 LG를 떠나고 SK 와이번스를 거쳐 지난해 6월 입단한 한화에 잔류했다. 자유계약선수(FA) 협상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이루 2년간 총액 10억원으로 재계약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같은 달 30일 심수창이 정우람(30)과 함께 한화로 합류했다. 심수창은 4년간 총액 13억원을 받았다.

밀고 당겨 다시 만났다. 조인성과 심수창은 이제 한화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이들의 오랜 인연은 야구팬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4일 야구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는 조인성과 심수창의 이야기로 들썩거렸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이제 그만 싸우라”고 했다. 한 야구팬은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함께 하면 더 끈끈한 우정이 쌓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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